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실내 노마스크’ 첫날…“방독면 벗고 운동하는 느낌”, “아직은 마스크 벗기 눈치보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디서 쓰고 벗어야 할지 정확히 잘 몰라 당분간은 쓸 것”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지침 복잡하거나 번거로워서 불편”

경향신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서울 시내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이용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독면 쓴 느낌 아세요? 마스크 쓰고 운동하면 딱 그런 느낌이었는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오전, 양발을 번갈아 디디며 하체운동을 하던 김준일씨(33)가 웃으며 말했다. 얼굴이 땀으로 젖은 김씨는 “마스크를 쓴 채 격렬하게 운동하면 숨 쉬는 게 불편하고 건강도 걱정됐다”면서 “(착용 지침이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다”고 했다. 김씨가 운동하는 헬스장 현관에는 ‘1월30일부터 마스크 해제’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이날부터 대중교통·병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이 자율화됐다. 2020년 10월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대다수 시민은 여전히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대체로 ‘실내 노마스크’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활동량이 많은 헬스장 이용객뿐 아니라 대화가 적은 스터디카페 이용자들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조치를 환영했다. 이날 종로구의 한 스터디카페 이용객 10여명 중 절반은 마스크를 벗은 채 공부하고 있었다. 매일 12시간가량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회계사 준비생 윤혁준씨(23)는 “주로 생활하는 곳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다 보니 답답했는데 이제는 편하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대형상점 곳곳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들이 보였다. 중구 롯데백화점 지하 1층 화장품 매장에서 직원에게 립스틱 시연을 받던 정미연씨(43)는 “처음부터 마스크 없이 백화점에 들어왔는데 첫날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다 쓰고 있더라”면서 “신경쓰지 않고 착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감염취약시설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계속 유지된다.

다만 지하철 승강장처럼 대중교통 ‘탑승 전’일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날 오전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 서 있던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전철을 기다렸다.

단체회의 등 대면 접촉이 많은 회사원들 중에서는 당분간 마스크를 쓰겠다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으로 출근한다는 박승현씨(28)는 “어디서 쓰고 어디서 벗어야 할지 정확히 몰라 당분간은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코로나19에 한 번도 감염되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면서 “자리에서 일할 때는 벗을 수도 있겠지만 회의할 때는 계속 쓸 것 같다”고 했다.

아직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많아 쓰지 않는 것이 눈치 보인다는 이들도 있다. 농협 명동지점 직원 김새롬씨(41)는 이날 오전 고객과 투명막을 사이에 두고 마스크 없이 업무를 봤다. 김씨는 “피부가 예민하고 답답함도 많이 느껴서 오늘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마스크를 벗고 왔다”면서도 “동료나 고객들도 다들 안 벗으니까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서도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생활하는 시민들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일부 상점에는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거나 변경된 지침이 헷갈리니 한동안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겠다는 과도기적인 반응도 있었다.

광주 북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씨(40)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생각에 직원들에게 당분간은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자고 했다”며 “가게 입장에서는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전역에서 만난 대학생 장소연씨(22)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착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눈치가 보이기도 해서 집을 나설 때부터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지침이 복잡하거나 번거롭다는 등의 이유로 기존처럼 마스크를 쓰겠다는 의견도 냈다. 대전복합터미널에서 만난 김모씨(60대)는 “아직까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며 “맞이방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다가 다시 버스를 탈 때엔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게 번거롭기도 해 아예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기했다”고 했다.

강은·전지현·고귀한·강정의 기자 eeun@kyunghyang.com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 10시간 동안의 타임라인 공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