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단독]검찰 “용산서, 이태원 참사 때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요청 안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용산서 마약 단속 등에만 인력 집중 정황

용산서장 관용차에 무전기 4대 설치···오후 8시30분부터 차량 탑승

이임재, 허위보고서 작성 지시 후 PC 모니터링 직접 보며 확인까지

경향신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등의 공소장에 ‘용산서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서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용산서의 경비기동대 요청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였는데, 검찰이 김 청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경향신문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31일 입수한 이 총경,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경정) 등 용산서 경찰관 5명의 공소장을 보면, 서울서부지검은 “송 경정이 ‘인파 운집으로 인한 압사사고’ 예방이 아닌 ‘무단횡단 등 교통 무질서 단속’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서울청으로부터 교통기동대만 지원받기로 결정해 교통기동대 1개 제대의 지원만을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관기동대를 배치받기 위한 아무런 논의가 진행된 것이 없었다”고 했다.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이태원파출소가 용산서의 지시로 서울청에 교통기동대를 요청하며 엉뚱한 부서에 연락한 사실도 담겼다. “(용산)서장님이 지시한 대로 교통기동대를 적극 요청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달받은 이태원파출소 직원은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에 업무 요청 메시지를 보냈는데, 검찰은 “서울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은 교통기동대 혹은 경찰관기동대를 동원·지원을 할 수 있는 주무부서가 아니”라고 했다.

용산서가 참사 당일 마약 단속 등 범죄 예방에만 집중한 사실도 공소장에 담겼다. 검찰은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대책’ 문건을 언급하며 “위 문건에는 인파 집중 및 이로 인한 사고 발생의 위험, 특히 토요일의 112신고 폭증 상황이 구체적으로 분석돼 있었던 반면, 그 대책으로는 성범죄·마약·모의총포 등 여성청소년·형사·생활안전·외사 기능의 범죄 예방 단속 인력 증원 및 차량 소통 확보에만 치중돼 있었다”고 했다. 또 참사 당일 송 경정의 행적을 적시하며 “공보 업무를 담당한다는 명목하에 마약단속 동행취재 등의 목적으로 이태원파출소를 방문한 기자들을 직접 응대하거나 기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등 현장 인파 관리에 집중하지 아니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 총경이 참사 당일이 가장 혼잡할 것을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총경은 참사 당일 오전 9시59분쯤 전날 참사 현장 인근에서 137건의 112신고가 접수됐다는 보고를 받고, 오전 10시35분쯤 김 청장에게 “(112신고) 역대 핼러윈 주말 첫째날 대비 가장 많은 137건이 접수되었으나, 지역경찰 인력 동원배치와 임시 관할조정 등을 통해 신고처리 공백은 없었음” 등의 내용이 담긴 ‘용산 이태원 핼러윈데이 1일차 상황 보고’를 했다. 검찰은 “본인(이 총경) 스스로도 당일(10월29일)이 가장 혼잡한 상황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김 청장 역시 참사 당일 인파 집중으로 인한 사상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총경이 핼러윈 현장 배치 인력을 언론 보도자료에 부풀려 적도록 한 정황도 포착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총경은 참사 사흘 전인 10월26일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위한 종합치안대책 추진’이라는 제하의 언론 홍보용 보도자료를 보고받고 승인했는데, 초안에 적힌 ‘총 126명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하겠다’라는 대목을 지적하며 “배치인원 숫자가 적어 보이니 아예 200명 이상으로 확 늘려서 적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핼러윈데이 기간 이태원에 인파 관리를 위해 다수의 경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 총경이) 인식했다”며 보도자료 수정 지시에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이 총경의 평소 습관상 관용차 안에서 현장 상황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늑장·부실 대응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총경이 참사 당일 오후 8시30분부터 관용차에서 대기하며 ‘참사 현장 일대 인파가 집중돼 차도까지 밀려날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 등의 무전 송수신 내용을 청취하고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이 총경이 탄 전용 관용차에는 용산서 112 자서망(교신용 무전망) 등 무전기 4대가 설치됐는데, 평소 이 총경 스스로도 관용차에 탑승하면서 무전기 볼륨 등 작동 상태를 먼저 점검하는 습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속 운전기사가 무전기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고 여분의 배터리까지 준비해 관리하므로, 당시에도 무전기 전원·볼륨 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무전 송수신 내용을 모두 지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했다.

공소장에는 이 총경과 정모 용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경정), 최모 용산서 생활안전과 직원(경위) 등 3명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경위도 상세하게 담겼다. 이들은 이 총경이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한 사실을 은폐하려고 상황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총경은 사고 발생 50분 정도 지난 오후 11시5분쯤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하고, 그 대응조차 미흡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형사·징계 책임이 부과될 것을 우려해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로써 진상을 은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어 “(이 총경이) 참사 당일 오후 11시36분 이태원파출소 옥상에서 경찰대 동기로서 평소 친분이 깊은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과 생활안전과장을 불러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총경은 오후 11시59분쯤 파출소 옥상에서 내려와 1층에서 보고서를 작성 중이던 최 경위의 컴퓨터 화면을 직접 확인했으며, 이후 이태원파출소 옥상에서 정 경정이 보고서를 휴대폰 플래쉬 라이트로 비춘 상태에서 한 줄 한 줄 읽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 10시간 동안의 타임라인 공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