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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분양 주택 6만8천가구 … 정부가 정한 '위험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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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대구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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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달 6만8107가구로 집계됐다. 정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언급한 6만2000가구를 넘어선 것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주택업계는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6만8107가구로, 전달 대비 17.4%(1만80가구) 증가했다. 1년 전만 해도 미분양 주택 수는 1만7710가구에 불과했다. 단 1년 만에 미분양 주택 규모가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미분양 물량은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4개월 만에 가장 많아졌다. 미분양 주택은 신규 분양주택의 1차 계약일까지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주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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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미분양 증가폭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 미분양은 5만7072가구로 전월 대비 19.8%(9418가구) 증가했다. 특히 대구에서만 1만344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자 대구시는 지난 30일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전면 보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충남도 11월 5046가구에서 12월 8509가구로 한 달 새 70% 가까이 급증했다. 수도권은 1만1035가구로 전달에 비해 6.4%(662가구) 늘었다. 2017년 7월(1만2117가구) 이후 최대치다. 1년 전 1509가구에 비하면 7배 이상 늘어난 규모이다.

사용검사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518가구로 전월 대비 5.7%(408가구) 증가했다. 1년 전(7449가구)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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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응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그간 미분양 위험선을 최근 20년간 장기 평균 수준인 6만2000가구로 봐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연말 한 포럼에서 "국토부는 미분양 아파트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보는데, 매달 1만가구씩 늘고 있다"며 "당초 예상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각한 만큼 규제 완화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분양 물량이 정부가 판단한 위험선을 넘어섰으나 즉시 예산을 사용해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 수 증가 속도는 우려되지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적고, 소형 평수 위주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10년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가 5만가구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현 수준(7518가구)이 아직 위험선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원 장관은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미분양주택의) 특정 물량을 정부가 떠안아야 할 단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당장 매입임대제도를 활용해 미분양을 해소할 계획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분양 주택의 공공 매입 검토를 지시한 만큼,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업계는 정부의 미분양주택 매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중소·중견 건설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분양주택 매입 △PF대출보증 개선 △준공 후 미분양주택 취득 매수인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배제 또는 완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뿐 아니라 건설 중인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도 환매조건부로 정부가 매입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매조건부 매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인 뒤 준공 이후 주택사업자에 되파는 제도로, 과거 이명박(MB) 정부 시절 미분양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주택건설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바 있다. 협회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을 구입하는 매수인에게 DSR 적용을 배제(완화)하거나, 미분양주택 취득자에 대한 취득세 50% 감면, 양도세 한시적 감면, 주택 수 미포함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부가 직접적인 개입 대신 민간 투자자들이 리츠를 설립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미분양 펀드'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 당국자는 "금융권에서 '미분양 펀드'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미분양 펀드는 MB 정부 당시 미분양 주택이 증가했을 때 출시된 바 있다.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HUG가 건설사업자들에게 대출 보증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가 1·3 대책을 통해 분양 관련 규제를 대거 풀어 올해부터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1·3 대책엔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안이 담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 효과를 더 살펴봐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기 지역에선 청약 수요가 살아나는 조짐도 보인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마포더클래시'는 고분양가 논란에 물량의 절반이 미계약됐지만 최근 무순위 청약에서 27가구 모집에 500명이 몰렸다.

[연규욱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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