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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테슬라 내리자 포드도 '세일'…전기차 치킨게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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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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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시작한 전기차 판매가격 인하 움직임이 후발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 1위 업체인 테슬라가 대대적인 가격 인하로 판매량을 끌어올리자 2위 기업인 포드도 주력 모델의 가격을 낮추며 점유율 확대 경쟁에 나섰다.

30일(현지시간) 포드는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머스탱 마하-E' 가격을 기존보다 1.2~8.8% 인하하는 새로운 가격 정책을 발표했다.

포드의 새 가격 정책에 따르면 머스탱 마하-E 모델의 최상위 트림(세부 모델)인 GT 모델의 권장소비자가격은 기존 6만9895달러에서 6만3995달러로 5900달러(8.4%) 낮아졌다. 중간급인 프리미엄 RWD 모델은 5만4975달러에서 5만995달러로, 프리미엄 eAWD 모델은 5만7675달러에서 5만3995달러로 각각 7.2%, 6.4% 내렸다.

포드는 공급망 효율화와 생산량 확대 등을 통해 전기차 생산비용을 절감한 덕분에 가격을 인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린 자자 포드 전기차 사업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우리는 누구에게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포드는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의 이번 조치는 테슬라를 의식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머스탱 마하-E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Y와 모델3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차종이다. 중형 SUV로 분류되는 모델Y는 머스탱 마하-E의 경쟁 차종으로 꼽힌다.

이날 기준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는 미국에서 5만349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말 6만5990달러에 판매되다 18.9% 내린 가격이다. 이달 초 테슬라는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을 5만2990달러까지 낮췄다가 최근에 다시 500달러 높였다. 가격 인하 발표 이후 주문량이 급증하자 테슬라는 가격을 미세 조정하며 여유를 부리는 모양새다.

포드가 가격을 인하하면서 머스탱 마하-E 중간급 모델은 다시 테슬라 모델Y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게 됐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난해 차량 판매 실적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테슬라는 전기차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영업이익 1만394달러를 남겼다.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사업에서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수익성이 낮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았다면 포드는 기존 가격 정책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포드는 지난해 8월 신형 머스탱 마하-E를 출시하면서 판매가격을 12.7% 높였다. 당시 포드는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경색 등으로 인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리튬을 비롯한 전기차 원자재 가격은 최근 두 달 사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 8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드는 불과 5개월 만에 방침을 바꿨다.

미국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가격을 낮추며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북미산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고됐다.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선 업체들은 신규 수요를 빨아들이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셈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졌다. 경쟁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데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직 미국에 전기차 공장이 없어 IRA 시행에 따른 세액공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현대 아이오닉5 롱레인지 RWD 모델은 4만5500달러, 기아 EV6 롱레인지 RWD는 4만87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한 포드 머스탱 마하-E 프리미엄 RWD 모델은 4만3495달러,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는 4만5990달러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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