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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수첩] 이재명에 다가온 '증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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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대선)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0일 했던 발언이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추가 소환을 요구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던 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도로는 반으로 갈라졌다. 이 대표 지지자들과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서로를 향해 욕설을 쏟아냈다. 검찰청 앞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에 대해 정치적 표현보다 전 성남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더 강조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문제는 저로서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治績)이라고 자부하는 사업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래서 묻고 싶다. 검찰이 대장동 사업의 비리 의혹을 캐는 상황에서 모욕과 부당함을 느낄 주체는 '정치인 이재명'이 아닌 '전 성남시장 이재명'이어야 하지 않을까. 검찰은 이 대표의 선거 비리 의혹이 아니라 성남시장 재직 시절의 의혹을 캐고 있다.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를 제외한 국민들도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대선 패자'의 출석으로 보진 않을 것 같다.

검찰의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의혹 수사는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전 정무조정실장이 모두 기소됐다. 정 전 실장의 1심 재판은 1월 31일 시작됐다. 검찰의 수사 대상자는 사실상 이 대표만 남은 시점이다. 하지만 검찰과 이 대표는 소환일정을 두고도 기싸움을 벌였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1월 27일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그다음 날인 28일 검찰 출석 통보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10시30분에 출석했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일반 피의자였다면 구속사유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에 제1야당 대표 수사는 큰 부담이다. 하지만 야당 대표가 소환일정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거나 "(대선) 패자"라고 주장하는 정치적 행동은 검찰에 그다지 압박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억울함을 증명하려면 말 한마디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 검찰 소환조사를 모두 소화하고 무죄를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과 이 대표 모두 치우치지 않은 수사전략과 적절한 방어권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증명해낼 시기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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