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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빌라왕’ 연루 의혹 건설업체 임직원, 버젓이 부동산 중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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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증언에 반복 등장 건축주

사기 집중된 지역 인근서 겸업 확인

"김씨는 임대인으로 소개받은 것 뿐"

문제 빌라 추천 중개보조원들도

지역 옮겨 다니면서 영업 계속

추가 전세사기 피해 우려 확산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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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사망한 ‘빌라왕’ 김대성 씨와 연루된 건설 업체의 A 대표가 전세사기 피해가 여러 번 발생한 지역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의 배후로 지목된 신 모 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이달 13일 구속됐지만 사기 행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던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들이 지역을 옮겨다니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세사기 행각에 특정 부동산 중개업소와 건축주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피해자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빌라왕 김 씨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취합한 자료에는 이들이 만난 특정 부동산 중개업소와 이들이 알선한 빌라의 건축주가 반복해 등장한다. 이들이 소유한 건물에 김 씨뿐 아니라 지난해 7월 제주도에서 사망한 40대 정 모 씨 명의의 빌라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의혹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계약서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건축주는 건설 업체 J사와 C사다. 이 가운데 J사의 A 대표와 B 이사는 사기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서울 강서 지역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J사의 빌라를 소개한 중개업소는 H부동산·B부동산·T부동산·P부동산·A부동산 등으로 이들 역시 피해자들의 증언에 반복 등장한다. 모두 A 대표의 부동산 중개업소와 차로 10분 거리 내외에 위치한다. 특히 P부동산은 또 다른 빌라왕 사 모 씨가 대부분 소유한 빌라인 D주택에 위치해 있다.

전세사기를 조직적으로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대부분 한두 명의 공인중개사 아래 4~5명 이상의 중개 보조원을 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형으로 운영되지 않는 이상 지역 부동산이 여러 명의 중개 보조원을 두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들 가운데 일부 중개 보조원은 김 씨 명의의 깡통 주택, 정 씨와 사 씨의 깡통 주택 모두를 알선했다. 정 씨의 깡통 주택을 알선한 중개 보조원과 김 씨의 깡통 주택을 알선한 중개 보조원이 같은 부동산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A 대표는 현재 경찰 수사 대상에는 오르지 않았다. A 대표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형식적으로만 운영해왔을 뿐 실제 주된 업무는 건축이라는 입장이다. A 대표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H부동산의 대표를 통해 김 씨를 임대인으로서 소개받았던 것뿐”이라며 “나중에 피해자들로부터 집수리 문제로 연락이 많이 오고 나서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고 말했다. A 대표는 “김 씨는 4~5년 전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씨가 명의를 넘겨받은 다른 임대인을 소개한 이는 누구냐는 질문에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A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특정 부동산 중개업소가 피해자 영업을 총괄하며 깡통 전세를 알선했거나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중개 보조원들이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사기 행각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 남아 있다. 실제 본지가 이들 중개 보조원이 재취업한 부동산을 방문해보니 사기 피해가 대거 발생한 건물의 빌라를 추천해줬다. 해당 직원의 컴퓨터에는 피해가 다수 발생한 빌라의 사진들이 폴더별로 정리돼 있었다.

배소현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 대표는 “깡통 전세를 소개해줬던 곳을 찾아가면 직원이 사라지고 없거나 연락이 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했다’는 식으로 나온다”며 “사망으로 공소권이 없어진 김 씨 대신 고소를 하려고 해도 명확한 증거를 찾기가 어려워 전전긍긍하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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