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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챗GPT 만들 'G3' 기술 보유해도 데이터 없으면 AI종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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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나는 데이터와 기술 결합으로 태어나"

한국, 기술 수준 미국과 중국 이어 선도적이라 평가하지만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법과 제도 '미흡' 지적

[이데일리 함정선 김국배 기자] “저는 데이터와 기술의 결합에서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와 대화에서 ‘너와 같은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어찌해야 하느냐’ 물어 얻어낸 답이다.

챗GPT는 자신과 같은 생성AI 서비스가 탄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로 고품질의 데이터와 전문적인 AI 기술을 손꼽았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요소만 두고 보면 챗GPT 열풍 속에서 한국은 자칫 여러 걸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AI 관련 기술은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은데, 고품질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조원을 투자해 IT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구글이 ‘코드 레드’를 발동하며 대책을 세우고 있는 데다 중국의 바이두도 곧 유사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앞다퉈 챗GPT 시대에 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법과 제도가 기술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전문가와 산업 종사자들은 국내 기술 수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은 수준이며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에 랭크될 정도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AI 분야의 경우 기술을 독점하기보다 공유하고 개방하는 문화가 일반적이고 국내에서도 산학협력 등을 통한 선도적인 연구가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최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1~2위를 다투지만, 그 외 나라는 비슷하고 우리나라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영국, 캐나다와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AI 기술력이 챗GPT와 같은 생성AI 서비스로 탄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할 기반이 부족해서다. 데이터를 활용할 법과 제도가 미미하고 오히려 이를 위해 만든 법이 데이터 활용을 방해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기까지 하다.

최근 SK텔레콤 가입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개인정보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한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한 ‘가명정보’를 활용하도록 하며 데이터 활용을 장려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최경진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은 “AI에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지 않으면 해외 AI서비스에 종속될 수 있다”며 “개인의 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법, 제도를 개선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모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와 인력에 대한 부족함도 챗GPT와 경쟁에서 약점으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AI 경쟁을 ‘자금 전쟁’이라고도 표현한다. AI를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MS가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에 지금까지 들인 자금만 15조원이 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때문에 챗GPT를 무조건 따르기보다 새로운 AI 분야를 공략하거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집중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또 다른 챗GPT, 언어가 아닌 AI가 나올 수도 있어 기반 기술을 연구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여는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이후를 보는 연구를 진행하며 인력을 양성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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