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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음식 앞에서 인내심… 침팬지가 사춘기 소년보다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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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푸루비크 동물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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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침팬지가 사춘기 청소년보다 인내심이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 시각)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 알렉산드라 로사티 교수팀은 콩고공화국 보호구역에서 태어난 야생 침팬지 40마리를 대상으로 충동성 및 인내심 등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지난 23일 미국 심리학회(APA) 학술지에 게재했다.

침팬지는 진화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평균 수명은 약 50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춘기는 8~15세쯤이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경험한다. 이 시기 침팬지들은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한다. 때문에 공격성이 증가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10대 침팬지와 어른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음식 보상’을 이용한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번째 실험은 충동성 및 위험 감수 경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준비물은 음식을 넣은 상자 두개였다. 하나에는 땅콩을 넣었고, 다른 하나에는 바나나와 오이 중 하나를 골라 무작위로 넣었다. 해당 음식에 대한 침팬지의 선호도는 바나나, 땅콩, 오이 순이다. 바나나는 압도적으로 좋아하지만 오이는 싫어하는 축에 속한다. 바나나를 얻기 위해 오이를 먹게 될 위험을 감수하느냐, 혹은 안전하게 2순위인 땅콩을 선택하느냐를 확인하려는 실험이다.

그 결과 10대 침팬지는 어른 침팬지보다 바나나·오이 상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 짙었다. 10대 침팬지의 위험 감수 경향이 어른 침팬지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어른 침팬지의 경우 안전하게 땅콩 상자를 고르는 빈도가 높았다. 다만 나이대를 불문하고 모든 침팬지는 상자에서 오이를 발견했을 때, 비명을 지르고 탁자를 치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했다.

두번째로는 인내심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침팬지에게 당장 바나나 한 조각을 먹을 수 있지만, 1분을 기다리면 바나나 세 조각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이를 선택하게 했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마시멜로 실험’과 같은 방식으로 자제력, 통제력, 인내심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결과는 10대 침팬지와 어른 침팬지 모두 비슷한 비율로 1분간 기다리는 쪽을 골랐다. 다만 10대 침팬지들은 기다리는 동안 불안·분노 행동을 훨씬 많이 보였다. 연구팀은 “비슷한 실험에서 10대 청소년들은 큰 보상을 위해 기다리기보다 당장 작은 보상을 선택하는 경향을 자주 보였다”며 “이 실험 결과는 10대 침팬지의 인내심이 10대 청소년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로사티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도 침팬지의 인내심이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가 많았다”며 “이 연구는 침팬지가 당장의 만족을 참는 능력을 인간보다 먼저 깨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만 이번 실험이 인간과 완전히 같은 환경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일반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텍사스대 에런 샌델 교수는 영장류가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긴 하지만 우리는 엄연히 다른 종”이라며 “인간과 다른 동물의 행동을 비교할 때는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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