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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내 탓은 없고 남 탓만… 자신 먼저 성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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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 천태종 총무원장 신년 회견 “각국 불상 모신 다문화센터 건립”

“지금 세상엔 ‘내 탓’은 없고 다 ‘남 탓’뿐입니다. 먼저 자성(自性)을 밝혀 성찰하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자리이타(自利利他), 동체대비(同體大悲), 공생의 지름길입니다. 올해 천태종은 ‘자성 밝혀 만인과 소통하고 공생할 수 있는 세상 만들기’에 힘쓰겠습니다.”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은 1월 3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천태종은 350개 사찰, 500명 스님, 250만 신도를 가진 불교 종단. 스님의 숫자는 적지만 재가(在家) 신도와 함께 사찰을 운영하고 낮엔 일하고 밤에 수행하는 ‘주경야선(晝耕夜禪)’의 전통을 이어간다. 본산인 단양 구인사에서는 스님과 신도들이 15만평 논밭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무원 스님은 구인사의 분위기를 ‘도(道)밭’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천태종 계획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천태국제다문화종합센터’ 착공. 서울 봉천동 명락사에 지상 7층, 지하 4층, 연면적 7000평 규모로 계획 중이다. 명락사는 무원 스님이 주지를 맡았던 2009년 ‘다문화사찰’을 선포하고 다문화 포교에 앞장섰다. 새로 지어질 ‘종합센터’에는 출신 국가별로 방을 만들어 각국의 불상을 따로 모시고 법회와 모임을 할 수 있도록 꾸밀 예정. 무원 스님은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되려면 다문화 문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라며 “종합센터를 디딤돌 삼아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말했다.

‘자성을 밝힌다’는 올해 천태종 목표는 무원 스님이 출가 당시 종정이었던 대충(大忠·1926~1993) 대종사에게 들은 가르침과도 통한다. 당시 ‘도(道)를 어떻게 닦습니까’라는 그의 물음에 대종사의 답은 ‘마음 하나 잘 쓰는 것이 도를 잘 닦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마음 하나 잘 쓰는 법’을 화두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출가자 감소는 천태종도 겪고 있는 어려움. 게다가 젊은 세대에겐 ‘행자 생활 3년(조계종은 6개월)’ ‘주경야선’ 등은 쉽지 않은 난관이다. 그러나 무원 스님은 “가야 할 길을 갈 것”이라며 “세상 흐름에 다 맞추다 보면 정체성이 흔들린다”며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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