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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격수→투수' 은퇴 결정한 28세 거인 "롯데 주전 유격수, 정말 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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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새로운 포지션에서 도전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끝내 가슴이 뛰지 않았다. 그만큼 '롯데 자이언츠 주전 유격수'에 대한 갈망이 컸었고, 그 열정이 식어버리자 은퇴라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롯데 자이언츠 배성근(28)은 이제 유니폼을 벗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됐다.

지난달 31일, 롯데 구단은 "내야수 배성근이 은퇴를 선언했다"라고 전했다. 말 그대로 깜짝 은퇴다. 오랜 기간 고민을 했지만 고민을 주위에 쉽게 털어놓지 않았다. 구단도, 동료들, 그리고 팬들까지 모두 배성근의 은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울산공고를 졸업한 배성근은 지난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40순위로 지명을 받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롯데의 내야 유망주로서 기대를 모았다. 2019년 후반기에는 구단에서 준비한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유망주 캠프에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입지가 줄었고 지난 겨울부터 투수 전향을 선택했다. 2023시즌 연봉 계약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배성근은 오랜 고민의 결과를 지난달 30일에 전했다. 구단도 깊은 고뇌를 했던 배성근을 이해하며 은퇴를 수용했다. 주위 선수들에게 많이 알리지도 못했기에 동료들의 연락을 받기 바빴다.

은퇴 선언 직후 OSEN과 연락이 닿은 배성근은 "다들 갑작스러워 하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2군에서 많이 머물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라며 "지금 결혼한 아내나 가족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다들 제 결정을 믿고 응원해주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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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투수로도 등판했던 배성근. 2023년 본격 투수 도전을 앞두고 은퇴를 선언했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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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혼까지 하면서 가장이 됐던 상황. "결혼을 했고 가장이 됐기 때문에 고민이 길어진 이유 중 하나였다"라고 말하는 배성근이지만 "투수로 전향하고 구단에서 감사하게도 가능성을 인정해주셨다. 하지만 선수로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꼈다"라고 했다. 같은 포지션에 올해 FA 노진혁이 영입됐고 이학주, 박승욱, 김민수, 이호연, 한태양, 김세민 등 공고한 베테랑과 치고 올라오는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배성근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투수 전향은 배성근의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그는 "1군에서 정말 롯데 주전 유격수를 잡기 위해 노력도 많이했고 시간도 많이 했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회가 줄고 입지도 좁아지면서 고민을 안할 수 없었다.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라며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고 야구를 그대로 관두기에는 너무 아깝더라. 발버둥이라도 쳐보는 심정으로 투수로 전향을 했다"라고 말했다.

투수로 최고 148km의 구속까지 찍었다. 하지만 투수 전향이 능사가 아니었다. 구속만큼 열정이 달아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투수를 준비하다 보니까 저는 유격수에 대한 열정과 마음이 더 컸다. 투수로 생활하고 던지는 게 와닿지 않더라. 유격수를 할 때만큼 열정이 달아오르지 않았다. 저는 유격수 자리에서 열정적인 선수인데 그렇지 않더라"라면서 "투수를 그렇게 원하지도 않는데 자리를 차지하는 게 저의 앞으로 개인적인 발전에도 팀의 입장에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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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선언한 롯데 배성근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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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배성근은 은퇴 선언과 함께 구단을 통해 기부 의사를 전했다. 1000만 원을 2군 선수들의 장비 구매를 위해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은퇴 의사를 전하고 기부 의사를 전하니까 구단이 거듭 당황하더라"라고 웃은 뒤 "9년 동안 부산에서 야구를 재밌게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롯데 구단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롯데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신 것에 보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이런 방법을 택했다"라고 했다.

이어 "또 돌이켜보면 2군에 있던 시간이 더 길었고 저도 형편상 야구 장비를 선뜻 구매할 수 없었던 경험이 많았다. 후배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라면서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꾸준히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의향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야구가 아닌 다른 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예정이다. 그는 "주위에서는 계속 아쉽다고 하지만 다른 일을 조금이라도 젊을 때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배성근은 롯데 구단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응원의 마음을 동시에 전했다. 1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자신의 은퇴 소식이 전해진 것에 대해서 "이제 막 올 시즌을 시작하는데 제가 또 이슈를 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래서 은퇴를 알리는 시기도 고민했다"라면서도 "정말 진심으로 앞으로 롯데가 잘 됐으면 좋겠다"라며 친정팀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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