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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미분양 급증에 건설사 ‘곡소리’... 환매조건부 매입 두고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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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가구 수가 정부가 언급한 위험선을 넘어서면서 건설업계를 넘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분양 급증의 대안으로 지난 금융위기 때 시행했던 환매조건부 주택 매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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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 /국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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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토교통부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전월 대비 17.4%(1만80가구) 증가했다. 지난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은 물론, 정부가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가구를 넘어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규제 완화와 금융완화 등을 통해 실수요 급매물을 시장에서 소화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LH의 서울 아파트 고가 매입 논란에 회초리 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어 논란도 있다.

건설사에서는 원 장관의 이 같은 판단에 속이 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건설사들이 추가 분양 등으로 미분양 가구 수를 실제보다 적게 신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미분양은 10만 가구가 넘을 수도 있다”면서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한데 아직 6만가구 선에서 숫자가 나와 있고, 부도난 건설사 수도 적다 보니 괜찮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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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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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조건부 매입” 목소리… 2008년 금융위기 때 대규모 시행

미분양 급증에 대한 대안으로 일각에서는 ‘환매조건부 매입’ 카드를 꺼낼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건설 중인 미분양 주택을 현행 공공 매입 가격 수준(최고 분양가 70~75%)으로 매입하고 준공 이후 사업 주체인 건설사에 환매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당시 정부는 공정률 50% 이상인 단지를 2008년 5000억, 2009년 1조5000억원 규모로 약 1만가구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했다. 2010년에도 3조원을 풀어 미분양 가구를 매입했지만 건설사의 신청이 저조해 실적을 채우지 못했다.

당시 대한주택보증(현 HUG)에 따르면 2008년 1차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신청에서 총 54개 건설사가 62개 사업장, 총 8327가구의 아파트를 신청했지만, 주택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2010년 실시한 8차 매입 때는 3개 업체 3개 사업장(558가구)만 신청했다.

2008년 11월 1차 매입 당시 승인된 3390가구 4171억원은 2년이 지난 2010년 11월 기준으로 3103가구, 3879억원이 환매됐다. 건설경기가 점차 좋아지면서 신청 건설사는 줄고 환매는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 찬반 팽팽… “현 상황 금융위기보다 심각” vs “아직 그 정도 아냐”

현재 시점에서 환매조건부 매입 추진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당시 환매조건부 주택 매입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부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면서 “환매 조건이므로 이후에는 다시 건설사에서 분양을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미분양 상황은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면서 “금리 등 산업 외부에 있는 글로벌 이슈로 건설경기가 어려워졌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도 “다양한 공급 유형이 나오면 주택 공급 형태가 다양화되고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다만 환매조건부 매입을 할 때 소비자에게 어떤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환매조건부 주택은 공공택지에 주로 많이 매입하는데, 민간택지까지 확대를 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 지출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면서 “아직 금융위기 때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보지 않는다는 정부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정부가 미분양을 해결해주는 것은 피할 수 있을 때까지는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건설사 등 다들 어렵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주택 공급 리스크가 어디까지 커질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환매조건부 매입을 현재 시점에서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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