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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헤럴드시사] ‘냄비 속 개구리’ 같은 인구와 안보국방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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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영리함, 다산 등으로 상징되는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최근 국방안보 이슈는 북한 핵 위협과 확장 억제, 핵 공유 등을 포함한 우리의 대응, 무인기 등 국제정치 및 군사작전 문제 등으로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사람의 문제, 인구와 안보국방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자 한다. 그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정책적 관심과 투자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상대적으로 휘발성이 높은 국제 및 국내 정치적 이슈에 비해 정책속성상 인구 문제는 은근하다. 냄비 속 개구리 같다고나 할까.

경고는 지속돼왔고 현재형이자 미래형이라는 측면에서 더 걱정스럽다. 특히 경고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및 감소가 미치는 경제와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 두드러진다. 아주 최근으로만 한정한다 해도 상당하다. GDP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생산인구이며,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일수록 GDP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경제논리에서 당연한 경고다. 유엔은 2022년 세계 인구 전망에서 미래에는 인구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국제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가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골드먼삭스 보고서에서는 약 30년 후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등 인구대국의 경제 규모가 한국을 추월할 것이며, 저출산·고령화 국가인 한국 경제는 세계 15위권 밖으로 전망했다. 통계청 인구 전망 자료나 이를 근거로 한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2031~2040년 1.3% 수준을 기록하고, 2041년부터 0.97% 수준, 즉 0%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안보국방 분야에 다양한 영향 중 두 가지 측면만 살펴보자. 먼저 군사력 건설의 하드웨어 측면에 대한 영향이다. 군사변혁에 대한 국내외 학자들의 공통 지적은 미래 전쟁 승리를 위해 첨단 군사기술의 발달과 적용에 의한 무기 체계와 장비의 개발·획득이다. 그런데 그 비용이 점점 더 증가해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현재 기술발전 속도와 미래 전장 환경을 볼 때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기술 중심의 군사력을 건설하는 과정에 인구와 경제력이 미치는 영향은 당연하다.

더 직접적인 영향은 군사력 건설의 휴먼웨어 측면인 병력 충원 문제다. 인구추계상 20세 남성 인구는 2023년 23만명 수준에서 2045년에는 12만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재 상정하는 50만명 수준의 병력 규모 충원도 매우 어렵다. 물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부대 해체나 병력 규모 추가 감축 등을 일찍이 추진 및 논의해왔다. 인력 구조와 제도 변화를 통한 노력도 추진해왔다. 병 위주가 아닌 간부 위주의 인력구조 전환, 장기 복무 선발 확대, 군대 근무여건 개선, 현역 판정률 상향, 여군 및 민간 인력 확대 등의 방안이다. 또한 최근 정부는 ‘국방혁신 4.0’을 통해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무인 체계로 전환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무인 복합이라는 미래 전쟁 양상 변화에 대한 대응이자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병력의 효율적 활용 대비 차원이기도 하다.

종합해보자. 진단도 어렵지만 해결도 어렵다. 지금까지 추진돼온 정책과 제도적 변화 노력의 성공 여부도 낙관하기 어렵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도 무시할 수 없다. 다층적이고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 즉 인구 문제는 속성상 장기간에 걸쳐 문제가 쌓여왔기 때문이다. 휘발성 있는 정책 이슈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과 과감한 변화에 대한 투자만이 정답이다. 기존의 노력과 다른 과감한 모험적 제도 변화 노력에 귀기울여 할 때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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