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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장우혁이 터트린 꽃망울"…'효자촌', 불효자들이 외치는 고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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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효자촌', 남규홍 PD가 널리 알리고픈 이야기
제작진의 진정성, 남은 2회로 승부 볼까
장우혁과 그의 모친 이별 담은 10회가 치트키
한국일보

'효자촌'은 오로지 효를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효자촌이라는 가상세계에 모인 부모와 자식의 동거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E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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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폐 안 끼치고 죽는 것이 소원", "나 없이 편히 흘러가듯 살아라" 자식과 부모은 그야말로 동상이몽이다. 장성한 스타 아들을 둔 부모들은 입을 모아 자식들을 위한 삶을 살길 원하지만 정작 아들들은 부모의 마음도 모르고 멀어지기 바쁘다. '효자촌'은 이런 감정들의 간극을 조명한다. 효도하는 이들이 아닌 '불효'하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장우혁과 그의 어머니가 선사하는 헤어짐의 여운이 '효자촌'의 연출의도와 맞닿아있다.

1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촌장엔터테인먼트에서 ENA '효자촌' 게릴라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남규홍 PD와 '나는 솔로' 출연자인 4기 영숙·7기 10기 옥순·2기 영순·8기 영수가 참석해 함께 시사를 즐겼다.

지난해 남규홍 PD 사단은 '솔로 나라'에서 다룬 '사랑'이라는 감정을 넘어, 현대에 점점 희석돼가는 효(孝)의 가치를 돌아보겠다는 의지를 담아 하이퍼리얼리즘 효도 버라이어티 '효자촌'을 론칭했다. '효자촌'은 오로지 효를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효자촌이라는 가상세계에 모인 부모와 자식의 동거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10회를 앞두고 있는 '효자촌'에서는 다양한 장치가 마련됐다. 특히 예고없이 찾아오는 '꽃구경' 카드가 그렇다.

공개된 영상에서 가상 공간에서 장우혁과 장우혁의 모친은 이별 의식을 뜻하는 꽃구경 카드를 받았고 마지막 날을 보냈다. 이날 제작진의 '마지막 시간'을 뜻하는 꽃구경 카드가 봄날의 초대장처럼 두 사람에게 도착했다. 동거의 마지막 날이 당도하자 두 사람은 정들었던 식구들과 덕담을 건넨 후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끝내 해장우혁은 모친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장우혁의 모친은 아들 앞에서 울지 않으려 했다면서도 오열해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모친을 두고 길을 떠나는 장우혁은 계속 돌아봤고 모친은 "빨리 가"라면서 손을 흔들었다. 장우혁은 "엄마가 우는 것을 딱 두 번 봤다. H.O.T. 시절 제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흐느껴 우신 적 있었다"고 눈물을 흘렸던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설정임에도 깊게 몰입, 쉽사리 헤어지지 못했다.
한국일보

1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촌장엔터테인먼트에서 ENA '효자촌' 게릴라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E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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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던 '나는솔로' 출연진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엄마를 생각하는 같은 마음으로 흐느끼는 출연자도 있었다. 옥순은 "남 PD님이 새로운 예능을 한다고 들었다. 장우혁이 나오는 부분과 하이라이트를 찾아보면서 이렇게 울줄 몰랐다. 눈물이 펑펑 났다"고 말했다. 영수 역시 '나는솔로'와 차별화를 느꼈다면서 공감했다. 부모님에게 다하지 못했던 말들이 찔렸다는 옥순은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해가 됐다. 어머니의 말이 공감이 돼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영자는 "'나는솔로'라는 특수한 환경이 한 감정에 포커싱하게 된다. 저희는 다 그걸 경험해봤다. '효자촌' 역시 특수한 환경에서 몰입한다"고 말했다. 영수는 "여전히 저평가 우량주인 저를 찾아주셨다. 아직 쓰임새가 있다"면서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렸는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에게도 '효자촌'을 추천했다"고 느낀 바를 전했다. 이어 "어머니의 죽음을 저도 예상했다. 엄마 이야기에는 눈물이 꼭 난다.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자극적인 맛보다는 잊혀진 효에 대한 재고"라고 연출의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미운 우리 새끼' 등 노총각 아들들을 둔 엄마들의 고충이 큰 웃음을 선사했고 인기를 끌었던 터다. 시간이 지나도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같기 때문일까. '효자촌'의 기본 베이스도 앞서 프로그램의 결과 흡사하다. 다만 '미운 우리 새끼'에서 엄마들의 한숨 어린 걱정이 예능 화법으로 유쾌하게 전달됐다면 '효자촌'에선 효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한다. 누구나 가슴 한 켠에 안고 사는 효도에 대한 부채감, 그리고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는 것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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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촌장엔터테인먼트에서 ENA '효자촌' 게릴라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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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말미 남규홍 PD는 10년 후, 20년 후에도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남기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 온도와 감동을 가슴 속에 담아가길 바랐기 때문에 즉흥적인 시사 간담회가 진행된 것이다. 남 PD는 "'나는 솔로'와 무게감이 다르지만 경중을 따질 순 없다. 사랑도, 효도, 모두 중요하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봐주신다면 출연자들이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우혁과 모친이 이별하던 촬영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울었다는 후문이다. 남 PD는 "어쩔 수 없이 모든 인간이 겪는 순간이다. 방송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난해했지만 효자촌에서 꽃구경이라는 말로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 자식 간 순기능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에도 아직까지 큰 반응이 나오지 않은 아쉬움도 있다. 남 PD는 "'미스터트롯2' 때문이다. 사람들이 트롯만 본다. 우리는 잘 만들고 있다. 완성도나 재미에 있어서는 자부심이 있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무공해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정성을 담았다. 효를 너무 무겁지 않지만 깊이 있게 다룬다면 존재의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남 PD는 "살아남고 장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솔로'도 점점 업그레이드하면서 프로그램이 성장했다. 1년 이상 한다면 다양한 변수를 겪을 것이다. 다섯 명이지만 세대가 섞이고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주제와 내용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남 PD와 제작진에게는 각박한 세상에서 '효자촌'이라는 계기로 부모 자식이 따뜻한 관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면 왜 장우혁이 꽃구경의 주인공으로 선택됐을까. 이를 묻자 남 PD는 "효라는 것이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분들은 계획이 없다. 즉각적으로 느낌대로 정한 것이다. 저희가 정하는 것은 길 안내, 교통 신호 정도다. 본인들이 길을 정한다. 꽃구경의 주인공으로 장우혁을 선정했지만 긴장감이 넘치는 공기는 아들과 모친이 만든 풍경이다. 꽃구경 가는 길 내내 제작진이 안내만 했다.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은 굉장히 다를 것이다. 제작진도 먹먹하게 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남 PD에 따르면 10회는 그동안 쌓아올린 꽃망울이 터지는 순간이다. 부모와 자식이 마지막이라고 느끼는 순간 진한 감동과 여운이 예고됐다.

한편 '효자촌'은 오는 5일 방송된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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