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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국가대표 단골 양현종, "태극마크 다는 순간 마음가짐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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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35)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어느덧 여섯 번째 태극마크를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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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프리미어12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역투하는 양현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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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국가대표로 뽑혔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차례로 거쳤다. 그 사이 30대 중반의 베테랑 투수가 됐지만, 여전히 한국 야구는 그의 왼팔을 필요로 한다. 양현종은 스프링캠프 출국 전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는 항상 뽑힐 때마다 설레는 자리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점점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며 "영광스러운 만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다 이겨내고 그라운드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양현종은 김광현(SSG 랜더스)과 함께 이번 대표팀 투수 최고참이다. 이강철 WBC 감독은 양현종에게 대표팀 투수조장 역할을 부탁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를 많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KIA 투수코치 시절 양현종의 리더십과 성실한 태도를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아무래도 나이가 많다 보니 중요한 임무를 주신 것 같다"며 "이번 대표팀엔 내가 잘 모르는, 젊은 투수가 많다. 이달 중순 선수들이 다 모이게 되면, 최대한 많이 대화하면서 함께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양현종에게도 '초보 국가대표'였던 시절이 있다. 그 역시 13년 전 아시안게임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양현종은 "어릴 때는 늘 '선배님들이 하시는 만큼만 잘 따라서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다"며 "이제는 내 위에 선배가 없기 때문에 내가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마음도 부담이라면 부담"이라고 했다.

그래도 믿는 구석은 있다. '국가대표'라는 자리의 무게감이다. 그는 "태극마크가 붙은 유니폼을 입은 순간, 모든 선수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나도 그랬다"며 "최선을 다하고 싶고, 지기 싫은 마음과 목표의식이 저절로 생긴다. 처음 국가대표가 된 선수들도 캠프에서 다같이 훈련하다 보면, 어떤 느낌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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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미국 스프링캠프 출국 전 공항을 찾은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양현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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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는 최근 수년 간 침체기를 겪었다. 2021년 8월 도쿄 올림픽에서 빈손으로 돌아오자 비난도 쏟아졌다. 야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KBO와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수단 전체가 이번 WBC를 명예 회복의 기회로 여기고 절치부심하는 이유다. 양현종은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떠나간 팬들의 발길을 다시 야구장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며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를 해야 다시 야구 붐을 이끌 수 있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국 야구의 WBC 역사는 양극단을 오갔다. 2006년 4강과 2009년 준우승 신화를 썼지만, 2013년과 2017년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반등을 노리는 올해는 다시 '4강'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양현종은 "이강철 감독님도 우리에게 '그래도 미국(4강전 경기 장소) 가는 비행기는 타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나와 선수들 역시 뜻을 함께한다"며 "(4강까지 필요한) 3승을 하려면 어려운 경기가 많겠지만, 야구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우리도 하나의 팀으로 잘 준비해서 매 게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이번 WBC에서 양현종은 불펜 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강철 감독은 이미 "정해진 보직 없이 투수를 기용하겠다"며 "젊은 투수들을 선발로 투입하고 노련한 양현종과 김광현 등을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복안을 공개했다. 양현종은 커리어 대부분을 선발 투수로 뛰었다. 다소 어색한 역할일 수 있다.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태극마크를 달아놓고 보직에 연연할 투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대회까지 한 달 이상 시간이 남았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고, 대회 기간에 맞춰 몸도 예년보다 빨리 만들었다. 어떤 역할이든 준비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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