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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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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4월만 기다리는 여의도 부동산…“토지거래허가구역 풀리면 그때 사겠대요” [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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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대책 발표 후 약 한 달…기대감 속 급매 거래만

여의도 일대 부동산 “문의는 늘었지만 거래는 안 돼”

‘더 싸게 사려는’ 매수자 vs ‘가격 안 내리려는’ 매도자

4월 말 토허제 만료…재지정 여부 나올 때까지 관망세

헤럴드경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아파트 일대.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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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거 완화한 ‘1·3 대책’이 발표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여의도 일대에선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거래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 분위기다. 애초 여의도는 규제지역에서 벗어난 지역 중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높아 대책 수혜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고금리’와 ‘토지거래허가제’의 벽이 여전히 높은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대체로 ‘문의 자체는 늘었다’는 반응이었다.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는 문의전화가 잇따르던 중개업소도 있었다. 다만 문의가 늘어나도 급매, 또는 급급매 위주의 거래만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의도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대표 A씨는 “대책 발표 이후 문의는 좀 늘어났지만 거래는 안 된다”며 “중개사들이 생각해도 ‘너무 싸다’ 싶은 정도만 한두건 정도 거래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관계자 B씨는 “아직은 관망세인 것 같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말했다.

C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또한 “지금은 ‘이 가격에 팔렸어?’ 하는 것들만 팔리고 있다”며 “손님들이 와도 급매로 팔린 가격보다 더 싸게 사려고 하지만 집주인들은 규제완화 분위기가 있으니 그 가격에는 안 팔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대책 발표 후 강남에서는 내리던 것도 올랐다고 하는데 여의도는 강남보다는 조금 늦다. 강남은 많이 오르고 많이 내렸다면 여의도는 조금 오르고 조금 내렸다”며 “우리나라 부동산의 척도가 강남이니 먼저 움직이는 추세인데 그래서 여의도 손님을 강남으로 뺏긴 적도 있다. 여의도는 가격을 안 내려주니까 강남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의도 중개업소 관계자 D씨는 “문의량이 조금 변화는 있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문의하는 건데 추격 매수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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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상가 공인중개소 앞에 급매물 상담과 관련한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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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시장 상황은 고금리로 인한 매수심리 위축, 정부의 규제완화 드라이브에 따른 매도자들의 집값 회복 기대감, 4월 말인 토지거래허가제 만료 시점이 다가온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A씨는 “금리도 너무 높고 경기가 계속 안 좋다고 하니 사람들이 구태여 지금 상황에 대출받아서 살 생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E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금 팔려고 하는 사람들 중 가격을 비싸게 내놓은 사람은 ‘이 가격에 팔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이고, 집에 융자가 많거나 팔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만 급매로 판다”며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싸게 사려고 해도 집주인들은 지금 분위기가 조금 풀렸으니 가격을 유지하면서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기다렸다가 매수를 결정하겠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구역에서 기준면적이 넘는 규모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실거주만 가능해 2년간 매매나 임대가 제한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1년 4월 주요 재건축 단지가 있는 여의도를 비롯해 압구정·목동 아파트지구와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작년 4월 26일 지정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재지정 결정에 따라 올해 4월 26일까지로 1년 더 연장됐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완화책을 쏟아내면서 거래 위축의 원인으로 꼽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B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만료가 다가오는데 아직 결정된 건 없으니까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재지정 결과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다”며 “풀어주면 갭투자를 하려는 사람, 입주하려는 사람 등의 수요가 있으니 지금보다 가격이 더 내려가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될 것이라 전망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도 있었다. D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리기를 기다리는 분들도 있지만 과연 풀어줄까 하는 의문이 있긴 하다”며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상황인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었다가 1년 내지 1년반 후에 다시 묶는다면 모양새가 안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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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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