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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곡동 살인 사건’ 11년 만에 국가책임 인정…“유족에 2억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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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2년 8월20일 광진구 다세대주택에 들어가 성폭행에 저항하는 여성을 살해한 서아무개씨가 현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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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발생한 ‘중곡동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약 2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민사19-2부(재판장 김동완)는 1일 피해자의 남편과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피해자 남편에게 손해배상금 약 9375만원, 두 자녀에게 각각 5950만원이 인정됐다.

2018년 8월 서울 광진구에서 30대 주부 ㄱ씨를 서아무개(54)씨가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씨는 2주 전인 2012년 8월7일 서울 중랑구의 주택에 침입해 주부를 성폭행하기도 했다. 서씨는 2013년 4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이 일로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와 허술한 성폭행범 관리 문제가 논란이 됐다. 수차례 성폭행 등 중범죄를 저지른 전과 11범인 서씨는 2011년 12월 출소하면서 위치추적용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하게 됐다. 두 차례의 범행 당시 서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서씨를 검거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서씨의 첫 번째 범행 이후 경찰이 수사망을 좁히지 못한 사이 두 번째 범행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검거된 ㄱ씨의 전자발찌를 본 경찰이 위치정보를 추적한 결과, 앞선 8월7일 범행 시간에 그가 현장 인근에 있었단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첫번째 범행 현장에서 서씨의 디엔에이(DNA)가 발견됐는데 경찰과 검찰이 디엔에이를 통합 관리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족은 국가가 서씨의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며 총 3억7000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국가기관의 소홀한 대처는 인정할 수 있지만, 경찰과 교정당국의 조처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정도로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잃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일부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담하고 흉악한 범죄 수법을 봤을 때 재범 가능성이 높았으므로 전자장치 피부착자를 먼저 살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 교정당국의 잘못도 인정됐다. 서씨는 심리조사 결과 서울보호관찰소 관내 보호관찰대상자 1165명 가운데 9위에 해당할 정도로 재범 위험성이 높았는데, 보호관찰관이 대면 접촉 등으로 재범 가능성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이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ㄱ씨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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