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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800만 달러 대북송금' 캔 검찰 "이재명 제3자 뇌물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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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귀국 및 구속 이후 불법 대북송금 의혹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검찰 내부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3자 뇌물제공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의 성격에 대해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비용 대납(500만 달러)과 이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 제공 차원”이라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는데, 검찰은 이 전액이 뇌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형법 제130조(제3자 뇌물제공)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제3자 뇌물제공죄 재판에선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가 늘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어떤 사람이 제3자에게 금품제공을 하게 만든 공무원은 본인이 한 푼도 받지 않았더라도 처벌하라는 게 이 규정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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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와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2018년 11월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 엠블호텔에서 열린 2018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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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적 처벌례



제3자 뇌물제공죄로 처벌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수사를 이끌었던 국정농단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제3자)에게 준 16억2800만원을 삼성의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보고 박 전 대통령에게 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센터는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렸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설립에 깊게 관여한 곳이다.

1심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의 전제인 승계작업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 혐의를 무죄로 봤지만 2심부터는 유죄라는 판단을 받았다. “부정한 청탁의 대상 또는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 그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확정적일 필요가 없다”는 판례에 따라 ‘묵시적 청탁’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한 것이다.



국정농단 때도 ‘오락가락’…부정한 청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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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9일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파기환송할 무렵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로 불린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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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도 박 전 대통령의 길을 가게 될까. 검찰에 진술한 김 전 회장의 지인들은 “김 전 회장은 대북 경협 사업을 통해 재벌급 기업인으로 발돋움하고 싶어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대북 사업의 제반 비용인 800만 달러를 제3자인 북측에 건넨 대가를 얻기 위해 김 전 회장과 쌍방울그룹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5월 두 차례 중국에서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를 직접 만나 희토류 채굴권 등 1억 달러 규모의 경협합의서를 쓰는 등 사업 의지를 드러냈고 이 과정에서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 등이 대북 수혜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2018년 1분기 평균 2650원→2019년 1월 9140원)하는 부수적 이익도 얻었다.

이 대표 역시 유·무형의 실익이 적잖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경기도가 약정했지만 조달하는 데 실패한 대북 사업비를 쌍방울그룹이 대납한 결과 2018~2019년 평화 무드에서 경기도는 지방자치단체 중 대북 경협 사업에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주자에겐 필수”(민주당 재선 의원)라는 ‘평화’코드를 당 내외에 각인시키고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든든한 우군으로 만드는 정치적 이익도 얻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7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해찬계인 이화영 당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2019년 1월 신명섭 동북아협 상임부회장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에 임명했다. 이해찬 대표는 2018년 말 ‘혜경궁 김씨’ 논란 등으로 자진탈당 요구를 받던 이재명 지사와 민주당 사이를 중재하고, 2021년엔 ‘이재명 지지’ 전국 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의 발족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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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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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최근 이재명 대표와 김 전 회장 사이의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정황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019년 이 대표가 이화영 당시 평화부지사나 이태형 변호사를 통해 김 전 회장과 직접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법률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묵시적 청탁을 비롯해 무형으로 인식되는 이 대표의 정치적인 인지도 상승 등도 대가로 인정될 수 있다”며 “최근에 나오는 정황들이 얼마나 법정에서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제시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박현준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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