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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애들은 8천원인데…노인 급식비는 김밥 한줄 값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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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은 8000원 노인은 4000원
만성질환과 건강관리 위해 급식비 현실화 되어야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영등포구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 김 모 씨(78)는 북극 한파가 몰아치는 혹한의 날씨에도 어스름이 가시기 전부터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그는 “날이 추워도 남들보다 빨리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벼야 공병이나 종이상자 하나라도 더 주울 수 있다”며 “아침은 건너 뛰는게 다반사고 점심은 복지관 경로 식당에서 한 끼 때운다”고 말했다. 노인 기초연금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홀몸노인인 김 씨는 “하루 한 끼라도 잘 챙겨 먹는 게 호사일 정도”라며 제대로 된 식사를 통한 건강관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저소득 노인에게 제공되는 급식비가 낮아 노인 영양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오명을 쓰고 있는 가운데 노인 급식비 현실화가 먼저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양관리 주의 또는 개선이 필요한 노인은 65세 이상인구의 27.8%로 취약계층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만 60세 이상 결식 우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 어르신에게 경로식당에서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급식과 밑반찬이 배달되기도 한다. 지자체별로 급식비는 1일 1식 기준 2300~4500원 수준으로 노인 무료 급식 사업을 진행하는 관계자들은 액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결식 아동급식비는 8000원인데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노인 급식비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식아동 급식비도 최근 치솟는 물가를 감안하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 급식비는 그보다 훨씬 적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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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지난 6년간 급식비를 2500원을 유지하다 올해 3500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특히 소화 능력과 씹는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에겐 소화하기 쉬운 ‘고령친화음식’이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낮은 급식비로는 충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대표적 서민 음식인 김밥 한 줄의 가격이 3,000원을 넘긴지 오래다. 지난해 12월 자장면 가격은 평균 6253원, 칼국수는 7892원으로 나타났다. 김밥 한 줄 가격에도 못 미치는 노인 급식비 현실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구에서 노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A씨는 “급식비 2300원에 맞추면 신청한 어르신들 모두를 드릴 수 없어 민간 후원금을 더해 2000원 수준으로 낮춰 무료급식을 진행한다”며 “2300원은 지난 7년간 동결된 값으로 어림도 없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이성은 사회복지사는 “저소득 노인에게 무료 도시락 반찬을 주 1회 5000원에 맞춰 배달한다”며 “그마저도 넉넉지 않아 지역 학교에서 남은 반찬을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노인 급식 사업이 한 끼를 때우는 것에 급급해 식사를 통한 건강 유지나 만성질환 관리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며 노인 복지 사업의 관점이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복지관의 경우 영양사가 필수 인력으로 규정돼 있지만 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그렇지 않아 음식의 질이 차이가 나기도 했다. 김정현 서울시사회복지재단 박사는 “같은 4000원의 식사라도 영양사 같은 필수 인력 없이 직접 조리하지 않고 외부에 발주를 맡기면 음식의 질도 굉장히 차이가 크게 난다”며 품질 상승을 통한 평준화를 강조했다. 김 박사는 “어느 기관에서 급식을 받는지에 따라 스테인리스 용기에 제공되기도, 일회용기에 제공되기도 한다”며 “지자체가 거점 기관을 만들어 영양 계산을 하고 유통을 한다면 급식의 질이 훨씬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급식 사업은 국비를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예산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 현행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경로식당 무료급식과 저소득 재가노인 식사배달을 보조금 지급 제외 대상으로 규정한다. 2005년 노인 사회복지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됨에 따라 지자체 사업이 됐기 때문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물가가 높이 오른 만큼 결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곳에서 재원 배분을 할 때 노인복지를 조금 더 고려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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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25일 점심식사를 하려는 노인들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서 있다. 2023.1.25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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