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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서울시민들 “택시비 2000원 더 나와…타기 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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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요금 인상 첫날

경향신문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인상된 1일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 중인 택시 안의 결제 단말기에 인상된 요금이 표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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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요금 25% 오른 4800원
4월 대중교통도 인상 앞둬
“월급 빼고 다 올라” 실감

“평소보다 택시비가 2000~2500원 더 나온 것 같다. 가스비, 밥값도 올랐는데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실감 난다.”

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서울역까지 택시를 타고 온 전모씨(54)는 결제 단말기에 찍힌 요금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 오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2000원 이상 더 나온 미터기를 보자 물가 상승을 절감한 것이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이날부터 4800원이 적용됐다. 하루아침에 25%(1000원)가 오른 데다 거리·시간당 주행 요금도 인상돼 시민들의 체감 인상 폭은 훨씬 컸다.

직장인 임모씨(29)는 “성수동에서 옥수동까지 10분 안팎 출근길에 택시비가 5000원 정도였는데 1000원 더 나왔다”며 “앞으로 지하철을 타야 할 것 같다. 4월에 대중교통 요금도 오른다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까지 통학하는 대학생 성기태씨(24)도 “단거리 이동 때 택시를 자주 탔지만 앞으로는 버스를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통비 지원이 없으면 택시 타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야근 등으로 대체 교통편이 없는 심야에는 택시 이용객이 많으나 이날부터 서울에서 오후 11시~오전 2시 할증 기본요금은 6700원으로 대폭 오른다.

대학원생 조금미씨(25)는 “연구실 법인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내가 부담해야 한다면 안 탈 생각”이라며 “물가는 엄청나게 올랐는데 대학원생 인건비는 10년째 동결과 다름없고, 과외비도 제자리걸음이라서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대구에서 서울역에 도착해 택시를 잡고 있던 홍유리씨(24)도 “법인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택시를 타지만 개인 부담이면 안 탔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이 오른 만큼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승객 김모씨(55)는 “급가속·급감속을 하지 않고 신호 준수 같은 전반적인 운송 서비스의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전날 불친절 민원이 누적된 기사에게 유가보조금, 통신비 등을 지원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사들 대체로 “환영” 속
이용객 줄어들까 걱정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승객과 수입원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택시기사들은 요금 인상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치솟은 생활 물가를 생각하면 이번 요금 인상은 ‘최소 수준’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다만 평소보다 이용객이 줄어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택시기사 최모씨(72)는 “기본요금 1000원이 한꺼번에 올라서 밥값·술값 인상보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더 클 것”이라며 “통상 요금이 오르면 한두 달은 이용이 줄다가 원상회복됐는데 이번에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서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야간에는 할증이 붙으니 수입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주간은 (요금 인상 폭이 크지 않아 기사 공급 증가 등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송남근씨(68)는 이날 오전 7시부터 4시간가량 운행해 벌어들인 수익이 오히려 예전보다 줄었다고 했다. 송씨는 “보통 6만원대를 찍었는데 오늘은 4만원 조금 넘겼다”고 말했다. 송씨는 “택시기사도 최소한 생활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요금이 선진국 수준에 맞게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선·김세훈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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