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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추밭에 들어선 반도체 소부장기업, 인구 3만 소도시에 희망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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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보은(충북)=이창명 기자] [편집자주] 지역균형발전은 해묵은 과제지만 인구문제와 맞물린 중요한 화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함께 '지방시대'를 천명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로컬팝업'은 '지역(Local)'의 '인구(Population)'를 '높일(Up)' 대안을 모색하는 머니투데이의 제언이다. 직접 발로 뛰며 찾은 지방도시의 로컬팝업 성공스토리를 소개한다.

[지방시대:로컬팝업]⑤보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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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시외버스터미널 주변 전통시장의 모습/사진=이창명 기자


충북 보은군은 지난해 11월, 43년 전통의 군민체육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1979년부터 매년 열리던 이 대회는 11개 읍·면에서 대표 선수를 선발해 각종 경기를 이어가는 지역의 대표 축제였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더 이상 선수 구성이 불가능해지면서 명맥 유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군민체육대회가 처음 열리던 당시 보은군 인구는 8만5000여명이 넘었지만 올해 1월 현재 3만1453명으로 절반이 넘게 줄었다. 특히 보은군민 10명 중 3~4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들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보은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뒤 보은군 역시 자체적으로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인구 수가 반등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찾은 보은군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의 한적한 시장이 이런 보은군의 상황을 대변해줬다. 식당이나 미용실에 사람이 보이긴 했지만 한눈에도 대부분 노인들 뿐이었다. 시내에서 더 벗어나면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방치된 창고와 노후한 주택들만 보이고 사람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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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에 있는 TEMC 본사/사진=이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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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보은군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지역기업인 티이엠씨(TEMC)가 새해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것이다. 반도체 핵심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티이엠씨는 원래 충북 청주시에 자리잡은 연매출 3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더 넓은 부지가 필요했고, 2016년 보은군으로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공정에 필요한 특수가스를 주로 수입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티이엠씨는 마침 준비가 된 상태였다. 특수가스 제조의 완전 국산화라는 기술 독립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이후 국내 고객사의 신뢰를 얻어 지속 성장을 거듭하더니 지난해 티이엠씨는 연매출 3425억원, 영업이익 558억원(추정치)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티이엠씨가 자리한 보은군일반산업단지는 원래 대추밭과 사과밭이 있던 자리였지만 현재 30여개 기업이 입주해 8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티이엠씨도 이 단지에서 1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중이다. 보은군도 산단 인근에 행복주택과 생활편의시설을 조성해 입주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티이엠씨가 기술력에 기반한 반도체 핵심 소재 기업이란 점에서 보은군의 자부심이 크다. 티이엠씨의 깔끔한 사옥 건너편에는 황토벽돌을 만들던 옛 폐공장이 있어 이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위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앞서 보은군은 티이엠씨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유원양 티이엠씨 대표도 "원래 기업들이 몰린 진천군을 가장 염두에 뒀지만 보은군이 제시한 합리적인 산업단지 분양가와 저금리 대출을 통해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추가로 개발 예정인 산업단지에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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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플라임 본사/사진=이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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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보은군은 인근에 추가로 산업단지를 분양할 예정인데 티이엠씨 뿐만 아니라 또다른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입주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2014년 인천에 있던 국내 최대 사출성형기 제조사인 우진플라임 본사를 이전시킨 경험이 있고, 이번 티이엠씨 유치와 상장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입주 기업의 성장은 매번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의 세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기업의 투자가 그대로 인구 증가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은 보은군이 앞으로 풀어낼 과제다. 이미 보은군 공무원 중에서도 적지 않은 규모가 대전이나 청주시에서 출퇴근 중이다. 유 대표를 비롯한 티이엠씨 직원들 역시 3명 중 1명은 여전히 청주시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보은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청주시를 오가는 버스에 유난히 젊은 사람들이 북적인 이유다. 이에 따라 보은군은 최근 정부의 생활인구 도입을 매우 반기고 있다. 생활인구는 통근이나 통학, 관광, 업무 등의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을 말한다. 정부는 월 1회만 체류해도 생활인구로 분류할 예정이다.

보은군 관계자는 "거주지가 청주시 등 외부라고 하더라도 결국엔 이들의 소비나 지출 상당 부분이 보은군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생활인구가 도입되면 보은군이 갖고 있는 다양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은(충북)=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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