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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세훈, 전장연 면담 하루 전 장애인 시설 ‘의견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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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55명 거주 우성원 방문

부모들 “시설 더 늘려달라” 호소

“탈시설 이슈로 쫓겨날까봐 겁나”

吳 “드릴 말씀 없어… 새겨듣겠다”

“최근 탈시설 이슈가 자꾸 뜨고 있어요. 저는 가슴이 콩닥콩닥해요.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탈시설로) 여기에서 쫓겨날까봐.” (이선영씨·가명)

“뇌병변장애인들이 주간에 지낼 센터를 만들어주세요. 서울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게 너무 부끄럽지 않나요? 부탁드립니다.”(김지영씨·가명)

세계일보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1일 서울 강동구 중증뇌병변장애인 긴급·수시 돌봄시설인 한아름을 방문해 시설 이용자의 손근육 재활운동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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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강동구 장애인 거주·돌봄 시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어머니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오 시장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면담을 하루 앞둔 이날 우성복지재단의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이씨는 발달장애 1급인 30살 아들을 장애인 거주시설인 우성원에 맡기고 있다. 김씨는 뇌병변장애를 가진 22살, 29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이들이 오 시장에게 공통으로 호소한 것은 ‘작은 규모여도 좋으니 장애인 시설을 늘려달라’였다.

이날 오 시장의 방문은 전장연 면담에 앞서 장애인 복지 현실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2일 오후 3시30분 서울시청 본관에서 단독면담을 한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탈시설 지원을 요구하나 일부 단체들은 ‘탈시설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견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장애인단체 합동면담을 고수했고 전장연은 단독면담을 요구해 만남이 빨리 성사되지 못했다. 시는 전장연에 이어 다른 단체들과 차례로 단독면담할 예정이다.

이날 오 시장이 찾은 우성원에는 55명의 지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함께 붙어 있는 한아름은 전국 첫 중증뇌병변장애인 긴급·수시 돌봄시설로, 1년에 30일까지 머물 수 있다. 오 시장은 우성원에서 22년간 산 장애인 신미경(가명)씨를 만나자 ‘본가와 이곳 중 어디가 더 좋은가’ 물었다. 신씨가 “여기가 더 좋다”면서도 “곧 있으면 자립하고 싶어서 나갈 예정”이라고 하자 오 시장은 “(장애인에게) 선택지가 많으면 좋다”고 해석했다.

아들이 우성원에서 10년간 생활해온 이씨는 “우리 아이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화장실, 목욕 등까지 다 돌봄이 필요하다”며 “(부모가 돌보면) 밤에 잠도 못 자기에 여기에 맡긴 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아이가 가끔 집에 오면 소리 지르고 뛰니 이웃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밖에서 만나야 마음 편히 돌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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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 강동구 중증뇌병변장애인 긴급·수시 돌봄시설인 한아름을 방문해 장애인 부모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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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 시장에게 “이렇게 24시간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며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힘들어서 우울증 걸리는 분들이 많고 엄마들이 울면서 (시설 빈자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뇌병변자녀를 둔 김씨는 서울에 뇌병변장애인이 월∼금요일 낮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가 6곳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마저 자리가 없어 들어가려면 몇 년이고 기다려야 한다. 김씨의 자녀처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아예 대기명단 등재조차 거부당하기도 한다.

센터에 빈자리가 나기 힘든 이유는 숫자가 적은 데다 이용기간 제한이 없어서다. 김씨는 “센터에서는 ‘기한 제한을 두면 장애인들더러 다시 집으로 가라는 얘기인데 이들이 갈 곳이 어디 있느냐, 부모도 나이가 많으니 하루 종일 방에 누워 있으라는 얘기밖에 안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오 시장에게 “장애자녀를 둔 엄마들은 크기가 작아도 좋으니 우리 아이들이 갈 곳을 하나라도 만들어달라는 바람”이라며 “서울시에 이런 장애인 시설 하나 제대로 없다는 게 정책적으로 너무하신 것 아닌가”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은 오 시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 정말 새겨듣겠다”고 말했다.

송은아·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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