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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고법 “절도범 반입 고려불상, 日에 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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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1심 깨고 원고 청구 기각

“현재 부석사와 동일 입증 안 돼”

절도범이 국내로 들여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에 대해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법 민사1부는 1일 충남 서산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인 서산 부석사가 관리주체로 불상을 제작하고 원시취득 한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원고가 1333년쯤 불상을 취득할 당시 존재했던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가 동일성·연속성으로 유지됐다는 증거가 부족해 원고 소유권 취득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세계일보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있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의 모습.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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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으로 지정된 일본국 민법에 의하면 간논지(觀音寺) 법인으로 설립된 1953년 1월26일부터 20년이 지난 1973년 1월26일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간논지가 법인을 취득한 1953년 1월26일부터 불상을 절취당한 2012년까지 불상을 계속해서 점유하고 있던 사실은 인정된다”며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의 성질상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아 취득시효의 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민사소송은 단지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할 뿐이며, 최종 문화재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항소심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7년간 소송 기간 동안 제출된 증거만으로도 1300년 전 서산 부석사와 현재 부석사의 동일성은 입증된다”고 반박하며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산 부석사의 전 주지인 원우스님은 “왜구가 700년 전에 약탈해 간 우리 문화재를 우리나라에서 법의 이름으로 일본으로 다시 보내야 하느냐”며 “고려 불상은 일본이 아닌 서산의 문화재”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불상의 조기 반환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대전고법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묻자 “지난해 6월 심리에서 쓰시마(대마도) 간논지 주지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간논지가 불상의 소유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주장에 따라 (오늘 대전고법의) 판결이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2012년 10월 일본 간논지에 있던 이 불상은 국내 절도범들이 훔쳐 반입했다. 서산 부석사는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부석사로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소송을 냈고 2017년 1심은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다.

대전=강은선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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