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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금리 내리는데 누가 고정금리를”…당국 전세대출에 ‘뒷북’ 비판[머니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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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고정금리 전세대출 확대 추진

대출금리 인하세에 변동금리 매력도↑

“타이밍 어긋났다”…‘뒷북’ 정책 비판 나와

지난해 고정금리 비중 25% 상승했지만

전문가들, “단기 변동금리 장점 부각될 것”

헤럴드경제

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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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최근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합심해 추진 중인 고정금리 전세자금대출 확대에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대출금리 인하세가 지속되면서 변동금리의 메리트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대출금리 상승과 함께 고정금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늑장 대응’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대출금리 떨어지는데…금융당국, ‘고정금리 전세대출’ 확대 방침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전세대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르면 올 3월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비율을 높이고 보증료율을 0.1%포인트(p) 인하한 ‘고정금리 협약 전세자금보증’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들도 고정금리 확대에 동참했다. 최근 고정금리를 취급하지 않던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새롭게 2년 만기 고정형 전세대출을 도입했다. 하나은행도 주금공 정책 상품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와 같은 민관의 움직임은 전세대출 차주들을 위한 지원 방안이 미비했다는 그간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리 인상에도 전세대출 차주들은 금융당국의 이자 경감 정책에서 소외됐다. 특히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을 대상으로 한 고정형 정책상품 ‘안심전환대출’이 공급되며, ‘무주택 세입자’들의 이자 부담을 등한시한다는 불만이 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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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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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책 타이밍이 어긋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올 초에 정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찾은 덕분이다. 실제 변동형 전세대출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11개월 연속 상승한 뒤, 최근 하락 전환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 선택의 유인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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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고정금리가 더 낮지만…금리차 재역전 가능성도

당장 고정금리 선택의 유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금리 역전 현상에 따라 현재 고정금리 수준은 변동금리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고정형 전세대출을 취급하는 주요 시중은행 3곳(신한·우리·NH농협)의 고정형 금리는 4.33~6.31%로 변동형(4.43~6.64%)에 비해 상단이 약 0.3%p 낮다. 이는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요구와 수신금리 경쟁에 따른 코픽스 상승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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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동·고정금리차 또한 정상화 조짐이 보인다. 변동금리의 산정 기준으로 쓰이는 코픽스는 전월 취급된 수신금리 수준을 반영해 익월 발표된다. 따라서 변동금리는 매일 변하는 은행채를 준거해 산정되는 고정금리와 시차를 보인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은행채 금리는 하락했지만, 코픽스는 연달아 치솟았다. 다만, 지난달 본격화된 수신금리 인하세가 반영되는 이달부터 코픽스도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대출 변동·고정금리 차가 0.3%p 정도로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재역전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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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의 창구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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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정금리 대출을 지향하는 금융당국의 지침도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감독원은 금리 변동에 취약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고정금리 목표치를 높여왔다. 지난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진 것에는 금융당국의 지침을 의식한 은행권이 고정금리 수준을 조정한 영향도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하세를 의식해 고정금리 확대 속도를 조절할 경우 지금의 변동·고정금리차 또한 재조정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고정금리 비중 두 배 이상 늘어…‘늑장 대응’ 비판 가중돼

특히 안심전환대출이 시행됐던 지난해에 이미 전세대출 관련 정책이 나왔어야 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정금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이 지난해 12월 실행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43.2%로 같은 해 6월(18.4%)과 비교해 약 2.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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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서 시민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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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올해부터는 고정금리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전문가들도 최근 변동금리의 이점이 많아진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수연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부지점장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 반등은 보이지 않았다”며 “시장의 예상대로 올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경우 단기 변동금리의 장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주금공에서 추진 중인 ‘고정금리 협약 전세자금보증’ 상품의 경우 실제 손해를 볼 위험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금공은 해당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검토 중이다. 검토안이 확정될 경우 금리 인하에 대응해 대출을 옮기는 게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 금리 인하가 지속돼 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질 시 ‘늦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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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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