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 세계 금리 흐름

美연준, 금리 0.25%P 인상… 11개월 만에 ‘베이비스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강도 긴축 기조서 통상수준 복귀

파월, 물가하락 언급… 美증시 급등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11개월 만에 고강도 긴축에서 통상 속도로 돌아온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상승률 하락)’을 언급하면서 이번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측대로 미국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국(3.5%)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팔아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QT)도 “상당한 규모로” 계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파월 의장은 “두어 번 더(a couple of more)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도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초기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견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15차례 썼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기대감이 높아졌다. 뉴욕증시에서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2.0% 급등하고, 달러지수는 지난해 4월 수준으로 내려가는 등 시장의 낙관론이 확산됐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원-달러 환율도 장중 1210원대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4월 7일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1220원대 아래를 찍었다.

시장의 관심은 언제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인지에 쏠린다. 파월 의장은 ‘두어 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3월 베이비스텝 단행 후 금리 인상을 종료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파월, 물가 둔화 ‘디스인플레’ 15회 언급에… 뉴욕 3대지수 상승

“두어번의 추가 금리인상 논의”에도
시장선 ‘금리인상 끝이 보인다’ 판단
ECB는 두달 연속 금리 0.5%P 인상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률 하락)이 시작됐고, 동시에 노동시장이 강한 것은 기쁜 일이다.”

동아일보

1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이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상승세로 전환되고, 미 국채 금리와 달러 지수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장이 ‘비둘기파적(통화정책 완화)’ 신호를 포착하고, 1년여 이어진 금리 인상의 끝이 오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이후 기준금리를 8차례에 걸쳐 총 4.5%포인트를 올렸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뒤 “두어 번(a couple of more)의 추가 금리 인상 논의”, “올해 금리 인하는 없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 이르다” 등 ‘매파적(통화정책 긴축)’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날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

직전 FOMC 회의가 열린 지난해 12월에는 미 인플레이션 둔화 속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내려가고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첫 기자회견에서는 다소 누그러진 어조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시장의 관심사는 금리 인상 종료 및 인하 시점이다. 파월 의장은 5월 종료를 시사했지만 시장은 3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물금리로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5월 동결 가능성을 1일 현재 57.5%로 보고 있다. 또 파월 의장은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하반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시장이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파월 의장이 ‘디스플레이션’을 15차례나 언급했지만 이 중 세 차례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물가’에서 주거비 항목을 추가로 제외한 ‘슈퍼 근원물가’에선 “디스인플레이션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외식업, 여행업 등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캐런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장이 희망에 기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서비스 물가 상승 압박 요인인) 노동시장 과열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일(현지 시간)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됐지만 아직 물가 수준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