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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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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외국인 전면개방 1호 리슈잉 “우선은 1승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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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출생 中국적… 7세때 韓에

KLPGA투어, 외국인 진입 확대

IQT 거치지 않은 ‘1호 선수’로

“최근 좌우명도 ‘하면 된다’로 바꿔”

동아일보

리슈잉(중국)은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IQT)를 거치지 않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첫 번째 외국인 선수다. 자신 있는 클럽을 묻자 리슈잉은 9번 아이언을 꼽으며 “웨지보다 정확성이 좋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전지훈련 중에는 퍼팅과 쇼트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열린 점프(3부)투어 2차 대회 8차전에서 티샷을 하는 모습.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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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7세 때 한국으로 온 리슈잉(20)은 서울 서문여고 2학년이던 2021년 골프 선수로서 큰 장애물을 만났다. 중국교포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리슈잉의 국적은 중국이다. 당시 외국 선수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나서려면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IQT)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IQ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년 연속 취소됐다. KLPGA투어에 데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막힌 것이다.

리슈잉은 1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땐 막막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예선에라도 나가야 하나 고민했다”고 한국어로 말했다. 당시 리슈잉의 마음은 급했다. 함께 골프를 치던 한국 친구들은 드림(2부), 점프(3부)투어 대회에 나서며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22년 KLPGA투어는 외국인 선수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한국 국적자만 참가할 수 있던 점프투어 등을 전면 개방했다. 리슈잉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점프투어 2차 대회 상금 1위로 드림투어에 올라갔다. 드림투어에서도 상금 30위로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출전권을 따냈다. 순위전에서 최종 17위를 하며 올해 정규투어 모든 대회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리슈잉은 IQT를 거치지 않고 정규투어에 진출한 ‘1호 외국인 선수’가 됐다. 리슈잉은 인스타그램 자기 소개란에 ‘KLPGA투어 프로’라고 적었다.

리슈잉은 아버지와 함께 필리핀 카비테 이글리지골프장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티칭 프로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필드에 나섰던 곳이다. 리슈잉은 “그땐 잔디밭에서 공을 치는 직업이라는 게 그저 멋져 보였다. 투어 데뷔를 앞두고 골프를 시작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다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다음 달 중순까지 필리핀에서 훈련한 뒤 4월 6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리는 국내 개막전(롯데렌탈 여자오픈)에 출전할 계획이다.

리슈잉이 꼽은 자신의 장점은 정신력이다. “늘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라는 마음으로 대회에 나가다 보니 시드 순위전에서도 크게 떨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5위 고진영(28)을 롤 모델로 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리슈잉은 “경기 장면이나 인터뷰 모습을 보면 흔들리지 않고 늘 자신감이 넘치는데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 시즌 목표를 묻자 “우선은 1승, 더 크게 잡아서 신인왕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당차게 답했다.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 국내 여자골프 유일의 매치플레이 대회인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꼽았다. KLPGA투어 프로인 리슈잉의 좌우명은 최근 바뀌었다. 리슈잉은 “원래 ‘할 수 있다’였는데 엄마 말을 듣고 ‘하면 된다’로 바꿨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고 믿고 집중해서 나만의 골프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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