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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일간 방치돼 숨진 2살의 부모, 복지사각지대 조사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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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이 바빠서…죽을 줄 몰랐다”

복지사각지대 제도 신청은 안 해


한겨레

2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된 엄마 ㄱ(24)씨와 숨진 아들 ㄴ(2)군이 살던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현관에 상수도 미납요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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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2살 된 아들을 혼자 두고 3일 동안 외출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 아들의 부모가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2일 인천 미추홀구의 말을 들어보면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ㄱ(24)씨 가구는 2021년 초 당시 살던 주소를 담당하는 행정복지센터의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 명단에 포함됐다. ㄱ씨는 지난 1월30일 오후 2시부터 2일 새벽 2시까지 아들 ㄴ(2)군을 인천 미추홀구의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새벽 3시38분께 ㄱ씨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ㄴ군 몸에서 시반 등을 확인하고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다.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는 공과금 등을 체납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중앙정부가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 결과를 각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하면 행정복지센터는 이 결과를 토대로 각 가구에 복지 제도 등을 안내한다.

ㄱ씨 가구를 확인한 행정복지센터는 이들에게 여러 차례 복지사각지대 제도 신청 안내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ㄱ씨 부부는 복지 제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미추홀구 쪽은 “ㄱ씨 부부에게 지원된 것은 아동수당, 양육수당이다. 다른 복지 제도 혜택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ㄱ씨는 지난해 여름 남편과 별거를 시작하며 다른 동네로 이사했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전입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ㄱ씨가 이사한 행정복지센터에서는 ㄱ씨 모자가 거주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ㄱ씨는 별거 뒤 별다른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하며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ㄴ군을 홀로 두고 외출한 이날에 대해서도 ㄱ씨는 일을 하러 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청 여청수사대 쪽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ㄱ씨가 외출한 이유와 관련해, “카센터에서 일하는 친구가 래핑 작업을 도와달라고 해서 돈을 벌기 위해 나갔다 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ㄱ씨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일이 바빠서 늦게 끝났고 모텔을 잡아주면서 다음날에도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집의 보일러를 높여놨기 때문에 아이가 죽을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경찰은 ㄱ씨가 일했다는 곳을 찾아 ㄱ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조사가 마무리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판단할 계획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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