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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한파 속 숲에, 분리수거장 봉투에…신생아 유기 '비극'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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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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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생후 1개월 내외 남아가 발견된 강원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자전거 둘레길./사진제공=강원도소방본부 제공/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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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0일 오후 4시33분쯤 인적 드문 강원도 고성군 어느 숲에서 남자 아기가 혼자 남겨진 채 발견됐다.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갓난아기였다. 당시 '숲에서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시민의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과 소방은 신고 접수 9분 만에 아기를 찾아냈다. 아기가 발견된 날 고성의 낮 기온은 섭씨 영하 0.5도였다.

경찰은 이튿날 친모 A씨(23)를 경기도 안산시의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A씨는 "전 남자친구의 아기다" "처음부터 키울 마음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영아유기와 살인미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신생아가 끊임없이 버려진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도 신생아가 종이봉투 속에 넣어져 길거리에 버려졌다. 이 신생아도 탯줄이 달려있었다. 경찰은 친부모를 경남 창원시의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이들은 동거 관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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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영아유기 사건은 2019년 143건, 2020년 112건, 2021년 82건 발생했다. 이중 2019년 8건, 2020년 5건, 2021년 5건 영아가 숨졌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사건 건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2021년만 보면 매달 영아 6.8명이 버려졌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암수 범죄가 있을 수도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는 분리수거장에서 신생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친부모는 신생아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는데 청소 용역업체 직원이 이를 수거하다가 봉투가 터져서 신생아가 발견됐다. 봉투가 터지지 않았다면 신생아 유기 사실이 아예 알려지지 않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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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이 영아를 유기한 부모에 관해 공식적으로 작성한 통계는 없다. 자녀 양육을 포기한 부모가 영아를 맡기는 베이비박스 통계로 이들 유형을 추정해야 한다.

베이비박스에 지난해 아기 106명이 맡겨졌다. 73명(68.8%)은 미혼 부모의 아기였고 18명(17%)은 기혼 부모의 아기, 11명(10.4%)은 외도로 태어난 혼외자였다. 4명(3.8%)은 부모가 베이비박스 상담을 거부해서 기타로 분류됐다.

미혼 부모는 혼자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부담, 또는 가족의 반대로 아기를 맡긴다. 최소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부모의 과반이 미혼 부모였다.

혼외자가 태어나면 외부의 시선 등 때문에 앞으로 양육도 어렵지만 가족 관계 등록에도 문제가 있다. 현행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가족법)상 친생 추정의 원칙에 따라 남편이 피 안 섞인 아기의 친부로 등록되는 등의 문제다. 그 부담 등 때문에 아기가 유기된다는 게 베이비박스 설명이다.

불법체류자도 자녀 양육이 어렵고 출생신고 자체가 불가능해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맡기거나 유기한다. 2020년 불법체류자 신분 태국인 여성이 서울의 모텔에 갓난아기를 유기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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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후 갓난아이를 발견한 경찰관이 순찰차에서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제공=강원도소방본부./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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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와 불법체류자의 자녀, 혼외자가 나오지 않도록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모가 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거나, 적어도 유기하지 않도록 입양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육을 포기하려는 부모들을 상담해 온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는 "미혼모, 싱글대디, 10대 부모 등은 자녀를 낳으면 혼자 놔둘 수 없어서 학업, 경제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악순환이 심해져 결국 양육을 포기하는 순간까지 가는 일이 많다"며 "돌봄 부담을 정부든 누군가 분담하지 않으면 유기 문제는 되풀이될 수 있다"고 했다.

도저히 아이를 양육할 처지가 안 된다면 입양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회 복지 현장에서는 미혼모, 외도로 임신한 임산부 등을 '위기 임산부'라 부른다.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기관, 미혼모 지원 민간단체에서 병원 지정, 출산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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