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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홍준표 "70세부터 지하철 공짜"…일부선 "노인 기준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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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올린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논란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가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겠다고 발표하고 나서면서 관련 논의가 더 불붙는 모양새다. 이참에 각종 노인복지 혜택의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야 한단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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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 일회용 무임승차권을 발권할수 있는 무인발권기가 설치되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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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선 “65세→70세 상향 검토”



노인 무임승차 논란은 최근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앞두고 정부에 무임승차 관련한 손실분을 나랏 돈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 글에서 “코로나19 이후 매년 적자는 1조원 대인데 이중 무임승차 비율이 30% 정도”라며 무임승차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 요금 인상 폭을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자”고 거들면서 제도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2일 페이스북에 “지하철·지상철도 등 도시철도 이용에서 현재 65세로 되어 있는 무상 이용 규정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유엔(UN) 발표 청년 기준은 18세부터 65세까지이고 66세부터 79세까지는 장년, 노인은 80세부터라고 한다”며 “100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노인 세대 설정이 긴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지하철 무료 이용 연령을 올리되 노인 복지 차원에서 오는 6월부터 전국 최초로 70세 이상 대구 노인에게 시내버스를 무상 이용케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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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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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고령화로 손실액 감당 안 돼…정부가 지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경로우대 목적으로 도입됐다. 원래 만 70세 이상에 요금의 50%를 감면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이듬해인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대상 연령이 65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그러다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노인복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현재 형태처럼 100% 면제로 바뀌게 됐고 4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그간 지하철 운영기관의 만성 적자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노인 공짜 탑승 제도가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따라왔다. 서울교통공사 측에 따르면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은 2021년 기준 2784억원으로 전체의 30%가량 차지한다고 한다. 통계청 예측상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년 뒤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관련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들은 손실액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만큼 무임승차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공기업인 코레일만 정부로부터 무임승차 등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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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무임승차 적정 커트라인 투표 게시글.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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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중심으로는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일 인터넷 한 커뮤니티에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연령)를 85세로 올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하철이 처음 생길 때는 노인들이 돈이 없으니 공짜로 타고 다니라 했지만 이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늘고 공짜 돈도 많이 받는다”라며 “돈을 내고 타는 게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여기엔 “(무임승차 연령은)75세가 적당하다” “무임승차는 원칙적으로 없애고 반값 승차로 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대상 연령을 상향하거나 혜택 폭을 절반 정도로 줄이잔 것이다. 이외 “지하철 없는데 사는 노인은 받을 수 없는 복지 혜택이라 역차별 소지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100% 면제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인 보편적 이동권 보장해야” 목소리도



다만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으로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고, 연금이 확실한 노후 소득 보장 체계로 자리를 잡은 게 아니다”라며 “노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줬다 뺏는 게 쉽지 않다”라며 “출퇴근 시간만 피하게 하는 등 시간대를 조정한다면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상생 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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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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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인 노인 단체는 무임승차가 적자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며 교통비 지원이 오히려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대한노인회 이정복 사무부총장은 “노인 연령은 65세로 돼 있지만 실제 대부분 58세, 60세에 정년퇴직한다”라며 “그 사이에 열악한 노인이 많은데, (무임승차)연령을 상향한다면 극빈자가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장은 “무임승차로 수천억 적자를 본다고 하는데, 어르신들이 지하철을 안 타면 그만큼 흑자를 낼지 깊이 있게 연구해봐야 한다”라며 “지하철을 이용해 오고 가면 운동 효과가 있어 건강보험 비용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 의료비 지출이 주는 등 사회적으로 얻는 것도 크다는 얘기이다. 지하철 무임승차를 활용한 실버 택배 등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 된다는 의견이 있다.



정년 연장 논의 촉발될까



이참에 노인 연령 기준을 아예 올리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무임승차 등 복지 혜택을 주는 연령을 순차적으로 올리되 노인 빈곤 문제를 고려해 국고 지원은 계속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총장은 “무임승차는 보편적 복지”라며 “당장 적자가 나는 부분에 대해선 국고 지원을 하고 낮은 운임과 비효율적 경영 부분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 기준을 점검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고 총장은 “연금 재정의 안정성 차원에서도 노인 연령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년 연장 문제까지 다각적인 논의를 시작해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65세는 각종 경로 우대뿐 아니라 기초연금 수급 등의 기준이 되는 나이다. 연령을 올리되 현재 누리는 혜택 등의 시기가 줄줄이 늦춰져 소득-복지 절벽 기간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정년 연장 등과 연동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단 얘기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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