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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절친 '후원자'에게도 칼 뺐다…젤렌스키, '부패척결'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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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우크라, 부패 청산 작업에 속도…서방 의식한 행보, 재벌·전직 장관 가택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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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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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부패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정부 고위 인사들을 물갈이하고 있다. 부패한 정권이라는 지탄 속에서 서방의 신뢰를 잃을 경우, 전쟁이나 전후 재건에 필요한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AF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전직 장관, 세무 당국 등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 가택 수색을 실시하며 부패 청산 작업에 속도를 붙였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요원들은 금융 재벌 이호르 콜로모이스키의 자택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콜로모이스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8년 콜로모이스키 소유의 방송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콜로모이스키는 선거 운동을 지원했다. 이에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콜로모이스키의 꼭두각시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콜로모이스키는 지분을 보유한 2개의 석유기업에서 9억3000만유로 규모의 횡령과 탈세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SBU는 "콜로모이스키가 통제권을 갖고 있던 국영 석유회사 우크르나프타 수색 결과 대규모 자금 유용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아르센 아바코우 전 내무장관에 대한 가택 수색도 실시됐다. 아바코우 전 장관은 지난 18일 발생한 헬기 추락 사건과 관련한 구매 계약 건으로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우크라이나 내무장관과 차관 등 14명이 사망했는데, 사고 헬기의 구매 계약이 아바코우 전 장관이 내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18년 맺어졌다. 아바코우 전 장관은 "계약은 정부와 의회에서 승인한 것"이라며 자신은 무고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가택 수색을 당한 키이우 세무 당국 수장 옥산나 다티 관저에선 15만8000달러(약 2억원) 등 돈다발과 명품 시계, 보석 등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수사국(SBI)은 "다티는 자신의 급여 수준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호화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안드리 코스틴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쟁 중인 나라에서 부패는 약탈이나 다름없다"며 "정부의 모든 관리에게 보내는 나의 신호는 명확하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공공 부문의 부패는 우크라이나의 고질병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는 부패감시 단체 국제투명성기구로부터 2021년 부패인식지수(CPI) 세계 180개국 가운데 120위로 평가받기도 했다. 2019년 정치 경험이 거의 없던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부패가 답습되는데 신물이 난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선 후 부패 척결을 다짐했던 젤렌스키는 최근 서방의 신뢰를 얻기 위해 더욱 본격적으로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WSJ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치의 고질적 부패 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러시아와 싸우며 전장에서 죽어가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부패를 영원히 근절하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내부의 부패 문제가 서방의 지원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젤렌스키 정부가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내 우크라이나 포럼 대표 오리시아 루체비치는 WSJ에 "이번 부패와의 전쟁은 서방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대는 서방은 그 돈이 투명하고 목적에 맞게 사용되길 원한다. 우크라이나 시스템이 부패와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는 3일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것도 부패 척결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EU 가입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6월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는데,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의 가입 조건으로 법치와 정의, 부정부패 척결 등을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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