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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3040 엔지니어]④ 이종민 SKT 미래R&D 담당 “AI가 반려견 X레이 판독… 스타트업과 AI 어벤져스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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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종민 SK텔레콤 미래 R&D 담당이 지난 1일 SK텔레콤 판교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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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동물병원에 갔을 때 불안한 마음을 느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말 못 하는 반려동물에 대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반려인에게는 물론 수의사에게도 반가울 만한 인공지능(AI) 진단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를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수의사가 반려견의 엑스레이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근골격계 질환 7종 및 흉부질환 10종에 대한 분석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출시 당시에는 AI가 엑스레이를 판독하기까지 약 30초가 걸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시간을 절반 이상 줄였고 질환 탐지율도 최대 97%까지 끌어올렸다. 이 서비스로 SK텔레콤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서 디지털 건강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기술과 제품, 업체가 모이는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는 것은 기술력과 차별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이 연구·개발하는 AI 분야는 의료, 물류, 보안, 로보틱스, 모빌리티까지 다양하다. SK텔레콤에서 이를 총괄하는 인물은 이종민 미래R&D 담당이다. 이 담당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0년 SK텔레콤에 합류했다. 갖고 있는 특허가 200여개에 달해 그룹 내에서는 ‘발명왕’으로 통한다. 지난 2017년에는 39세의 나이로 상무로 승진해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 담당은 지난 1일 SK텔레콤 판교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그간 SK텔레콤이 AI 분야에서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AI의 근간이 되는 요소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AI 풀스택(통합 패키지)을 한 회사가 갖고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했다. AI 프로세서, AI 데이터베이스, AI 모델링, AI 응용과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을 그룹 내 관계사와 함께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 SK텔레콤을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목표도 있다”며 “AI 기술을 상용화해 글로벌에 확산하기 위해서는 국내 유망한 AI 스타트업과도 함께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벤져스’처럼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담당과의 일문일답.

조선비즈

SK텔레콤이 개발한 반려동물 진단 AI 서비스 엑스칼리버. /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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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SK텔레콤은 통신 회사인데 왜 AI에 주목하고 있나. 최근에는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비전까지 제시했다.

“지난 30여년간 통신은 산업 전반을 연결했다. 이를 통한 발전과 효용은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통신이 한 시간만 끊겨도 대형 사고가 나지 않나. 앞으로의 30년은 ‘커넥티비티(Connectivity)’에 ‘인텔리전스(intelligence)’를 가미해 다시 한 번 회사와 산업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생각에서 AI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ㅡAI가 앞으로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나.

“그간 네 차례의 산업혁명이 있을 때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었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사람도 막연하게 두려워했다. 러다이트 운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기술의 효용으로 인해 사람의 생활이 훨씬 더 윤택해졌다. AI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AI가 우리의 직장을 빼앗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삶을 돕고 풍요롭게 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과거에는 통신 장비가 고장 났을 때 얼마나 빠른 시간에 고치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AI를 적용해 언제 고장이 날지 미리 예측하고 사전에 조치를 한다.”

ㅡ엑스칼리버에 대한 관심이 높다. CES에서도 혁신상을 받았는데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말을 못 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기술이어서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엑스레이 촬영한 것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근골격계 질환, 흉부 질환 17종에 대해 10초 안에 분석을 한다. 특히 심장 크기를 측정(VHS)하는 것은 1초 만에 가능하다. 심장 크기 측정은 심장사상충 등 심장 질환 진단에 필수적인데, 그동안 수의사들은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자로 측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위치에서 재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엑스칼리버는 심장의 장축(가장 긴 길이)과 단축(가장 짧은 길이)을 찰나의 순간에 정확하게 측정한다. 단축된 시간을 활용해 수의사들은 다른 강아지를 진료할 수도 있다. 아픈 동물들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 분석 속도와 정확도, 진단할 수 있는 질환 종류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엑스칼리버가 강아지들의 질환을 판독할 수 있는데, 앞으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종류도 확대하는 게 목표다. 현재 100여개가 넘는 병원에서 엑스칼리버를 도입했고, 많은 반려인에게도 환영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ㅡ지금까지 상용화한 AI 서비스의 구체적인 사례는.

“우선 AI로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컨대 통신국사(건물) 냉방 최적화 시스템에 AI를 도입했다. 과냉각되는 지역과 저냉각되는 지역을 AI로 정확하게 조절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이다. 또 SK에너지와 협력해 가상발전소(VPP) 기술을 개발했다. AI를 활용해서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생산된 전력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으로 관리한다. 도심항공교통(UAM)도 전기 모터로 구동되기 때문에 친환경 요소가 크다고 본다.

건강한 세상을 위한 AI로는 코로나19 방역로봇이 있다. 방역로봇은 로봇과 AI, 5세대 이동통신(5G) 커넥티비티를 활용해 코로나19 예방을 도왔다. 체온 측정은 물론이고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도 안내했다. 최근에는 진단과 더불어 환자를 돌보는 것도 AI가 돕고 있다. 2021년에 청암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AI 케어 서비스를 구축했다. 기존에는 선생님 한 명이 여러 발달장애인을 담당하고 있어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AI 카메라를 통해 24시간 내내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긴급 상황을 파악해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안전과 관련해선 AI 물류 로봇이 있다. 택배 상하차를 돕는 로봇인데, 사람이 하면 무거운 물건을 올리고 내리다 다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입장에서도 중대재해법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위험하고 힘든 일을 AI 로봇이 돕는 셈이다.”

ㅡ단기간에 많은 AI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비결이 뭔가.

“SK텔레콤과 그룹 관계사들은 AI의 근간이 되는 요소 기술을 모두 다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회사가 흔치 않다. 박사 졸업 후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방송통신망을 연구하다가 SK텔레콤에 입사해서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SK텔레콤이 미디어 사업을 하길래 통신과 미디어를 결합하는 연구를 이어서 하게 됐고 미디어 연구소도 세워졌다. 이때 AI를 결합해보니 AI 추천, AI 화질개선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연구가 재미있다 보니 AI를 깊게 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AI 반도체인 사피온도 나왔고 여러 가지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꾸준히 해온 연구를 엮으면 엮을수록, 찾으면 찾을수록 모든 게 회사에 다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도 SK텔레콤은 경쟁력이 있고, 잠재력도 성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못하면 아무도 못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ㅡAI 개발 전 과정을 국제 표준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AI 풀스택에 대한 구성 요소를 네 가지로 체계화했다. AI 프로세서, AI 데이터베이스, AI 모델링, AI 응용과 API 등이다. 이를 국제 표준으로 규격화해 보자고 국제전기통신연합에 제안했고 전기통신표준화 부문(ITU-T) 신규 추진 과제로 채택됐다. SK텔레콤은 각각의 요소 기술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응용을 하더라도 금방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ㅡ최근에 SK텔레콤이 코난테크놀로지 지분을 인수했다. 다른 국내 기업과도 협업을 하고 있다. AI 개발과 관련해 그룹 내에 대부분이 갖춰져 있는데도 다른 기업과 협업할 필요성이 있나.

“오히려 더욱 소명의식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SK텔레콤이 많은 부분을 이미 갖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AI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감도 있다.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할 수 없다. 국내 기업을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미국, 중국의 빅테크와 경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유망 기업이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모여 마치 어벤져스처럼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술과 서비스를 확산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실제로 SK텔레콤이 개발한 기술은 API화를 통해 개방하고 있다. AI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국내 AI 기업과 함께 가고 싶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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