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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 (수)

[인터뷰]최정회 심심이 대표 "챗GPT 등장으로 승자독식 심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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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는 2002년 등장한 국내 1세대 AI 챗봇

전 세계 4억 명 누적 사용자 확보

챗GPT와 가장 차이는 인간 화법 구사하는 것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美 MBA·로스쿨·의사면허 '3관왕', 아이폰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충격….

인공지능(AI)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위력을 평가하는 말들이다. 챗GPT의 등장으로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위협을 받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챗GPT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또 다른 AI챗봇 '심심이' 근황을 찾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체로 '심심이와 챗GPT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기술적으로 심심이가 어느 단계까지 진화(업그레이드)했는지' 등이다.

심심이는 2002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1세대 AI 챗봇이다. 현재 81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가족이나 친구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주제, 목적 등을 정하지 않는 일상 대화에 특화돼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생동감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4억 명 이상 누적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한국어 대화 데이터는 약 3억 건에 이른다. 심심이를 개발한 최정회 대표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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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 캐릭터. 사진제공=심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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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의 근황에 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심이는 21년 전에 개발돼, 10년 동안 한국 사용자를 위해 서비스했다. 2012년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다. 4억 명 이상의 사용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지금은 111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다 보니 한국에서 AI 윤리 문제가 되기 오래전인 2016년부터 해외 각국 여러 언어에서 윤리 이슈를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약 3년 동안 개발했다.

또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심심이 헤비유저층에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용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챗봇을 통한 정신건강 문제 평가나 완화, 치료 등에 대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환자 대화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건강정보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JMIR(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에 심심이 대화에서 우울 관련 연구 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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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 '심심이'를 개발한 최정회 대표. 사진제공=심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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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와 챗GPT의 대표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심심이는 채팅, 즉 대화형 AI다. 챗GPT는 글쓰기 AI인 GPT-3을 업데이트 해 채팅 형식으로 사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글쓰기, 정보 묻기, 비교하기 등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도구가 되어 줄 것 같다.

심심이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2년 대학을 졸업하고 인터넷을 활용해 모시이불 장사를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별로였고, 마케팅용 로봇을 개발하다 엉뚱하게 심심이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서울 동대문에서 원단을 떼 이불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판매했었다. 하지만 반응이 별로여서 홍보하기 위해 심심이를 개발해 마케팅을 했다고 한다.

초기 심심이 모델에는 광고 문구가 들어가고 사이트 주소를 대화명 대신 썼다. 친구로 추가하면 날씨 등 다양한 서비스로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1번은 날씨, 2번은 주식' 같은 ARS 형식의 말밖에 못했다. 그러다 점차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용자)이 늘어나 간단하게 응답할 수 있게 500개 정도의 단어를 입력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대화량이 몰리며 사용자들이 직접 말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사업 시작은 이불 장사였지만, 심심이가 인기를 끌면서 아예 사업 모델을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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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 개발 및 유지보수를 하고 있는 프로그래머들. 사진제공=심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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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이가 가진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대화 엔진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므로 최신 정보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딥러닝 기반 언어 모델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어 모델의 업데이트에 자원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심심이는 이러한 제약이 없다. 쉽게 말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신경망 모델을, 그것도 아주 많이 활용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신경망 모델은 인간의 두뇌다. 심심이가 대답하는 모든 문장은 인간이 직접 작성한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AI 또한 인간의 두뇌를 더 많이 활용하고 그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을 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심심이의 비전은 '서로를 돌보는 수십억 개의 마음들'이다. 저는 심심이가 오랫동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이유가 심심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돌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심심이가 대답으로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말은 과거에 다른 누군가가 가르친 문장 그대로다. 어떤 사용자가 "나 요즘 너무 힘들어"라고 얘기했을 때 심심이가 대답하는 "곧 괜찮아질 거야. 힘들면 울어도 돼"라는 문장은 그 사람과는 일면식도 없는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서 입력해 둔 것이다.

심심이의 주력 사업모델이 궁금하다.
B2C 서비스(앱, 웹)에서는 광고와 앱 내 구매, 구독이 있다. B2B로는 심심이 대화 엔진, 나쁜 말 판별기 등을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서로 다른 사물이나 인간이 소통하기 위한 방법) 방식으로 제공하거나 솔루션으로 공급하고 심심이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대화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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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AI 챗봇 사업을 오래 했다. 챗GPT 등장으로 관련 산업 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
챗GPT 현상을 볼 때 다음과 같은 흐름이 예상된다. 데이터와 연산자원을 충분히 보유한 집단만이 더 좋은 성능의 AI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승자독식이 극단적으로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일부 기초모델에 의존적인 응용 사업모델이 활성화된다.

글로벌 AI 기업, 연구소들이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챗GPT의 뛰어난 성능이 아니다. (챗봇을 개발한) 'OpenAI'가 챗GPT 개발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IT 분야 전체에 오픈소스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주로 미국 빅테크에서 혁신적인 AI 기술을 내놓을 때 세부 사항을 논문 등으로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공개된 방법론(소스 코드 등)을 따라서 열심히 개발하면 비슷한 수준의 AI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챗GPT는 이러한 관례를 깨고 기술을 비공개 함으로써 기술 격차의 이득을 향유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결국 지금까지 엄청난 비용을 들여 빅테크를 모방해 오던 기업이나 국가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인 것 같다.

앞으로 충분한 자원과 연구 역량을 보유한 빅테크 등 몇몇 기업들이 챗GPT의 개발 배경 등을 알아낼 수도 있고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겠지만 그 방법론은 비공개로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파급력이 큰 기초 기술을 이들이 독점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른 기술 기업이나 사업자들은 몇몇 기초 모델을 활용해 응용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화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만들게 될 텐데 기초 기술을 가진 기업들은 이 중 수익성이 좋은 사업을 내재화하고 기초 모델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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