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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시진핑의 조급증이 중국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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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12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덩샤오핑 이후 전임자들이 지켰던 권력 이양 원칙과 관행을 깼습니다. 3연임을 위해 많은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미국과 각을 세우고 알리바바 같은 민간 기업들을 압박했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주요 도시들을 봉쇄하며 인민의 삶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3.0%에 그쳤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가치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간섭을 받는 중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시 주석은 ‘중국몽’을 내세우며 중국을 패권국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성장한 것만 생각하고 미국이 여전히 최강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한 패착입니다. 시 주석의 조급함이 중국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경제

시진핑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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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지도자의 조급증은 대사를 그르치는 원인이 됩니다. 전국시대 말 진시황 암살 시도가 좌절된 것도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진시황 제거를 간절히 원했던 연나라 태자 단의 성급함이 형가의 완벽한 계획을 망치는 원인이 됐습니다. 태자 단의 독촉 탓에 100%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가는 과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거사 직전 그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진시황을 암살하려면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실행 과정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형가는 진시황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은 일찌감치 세워놓았습니다. 문제는 함께 거사에 참여할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형가는 누구보다 칼을 잘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고개를 숙일 만큼 대담하고 검술이 뛰어난 인물이 있었습니다. 산동성에 사는 개섭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형가와 개섭은 매우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형가는 진시황을 죽이는 일도 개섭과 함께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개섭에게 사람을 보냈습니다. 연나라로 초청해 거사를 함께 논의하려고 했던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개섭의 종적을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연나라에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진나라가 연나라 변경까지 침공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태자 단은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그는 형가에게 이런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선생께서 연나라를 구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나라의 침략이 빨라 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형가는 자신을 극진하게 모시는 태자의 걱정을 하루빨리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개섭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개섭이 합류해야 자신이 짜놓았던 계획이 완벽하게 실행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가는 태자가 조급해하자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거사는 진왕 가까운 곳까지 접근해야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진왕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번오기 장군은 진나라에 죄를 지어 진왕이 그의 머리에 황금 1000근과 봉토 1만호를 걸었다고 합니다. 또 독항의 기름진 땅은 진나라가 탐내는 곳입니다. 번 장군의 목과 독항의 지도를 바치면 진왕은 틀림없이 신을 만나줄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얻어야 뜻을 이룰 수 있습니다.”

태자 단은 독항 땅은 얼마든지 줄 수 있지만 번오기를 죽일 수는 없다고 답합니다. 이에 형가는 번오기를 찾아가 설득합니다. “신은 진왕에게 접근해 그를 죽일 생각입니다. 하지만 진왕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장군의 머리를 진왕에게 바치면 진황은 기뻐하며 신을 부를 것입니다. 그때 진왕을 죽여 장군의 원한을 갚고 연나라도 구하려고 합니다.” 번오기는 형가의 말을 듣고 기꺼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가 연나라로 탈출한 뒤 진시황은 그의 친족을 모조리 도륙했습니다. 진시황에 대한 원한이 사무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목숨이 아깝지 않았을 것입니다.

독항의 지도와 번오기의 목을 얻었으니 1단계 준비는 끝난 셈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태자 단은 진시황에 접근할 수단이 모두 확보됐으니 즉시 떠날 것을 형가에게 독촉했습니다. “내가 조나라에서 구한 비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칼에 독약까지 발라두었습니다. 실낱 같은 상처만 나도 즉사할 것입니다. 그 비수를 전달하려고 오래 기다렸습니다. 선생께서는 언제 출발할 예정이십니까?”

형가는 개섭에 대한 미련이 있었습니다.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제 친구 개섭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그와 함께 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태자 단은 거듭 권했습니다. “부평초 같은 개섭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용사를 데려가면 어떨까요? 제 문하에 있는 진무양도 검술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형가는 태자가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고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지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신이 개섭을 기다리는 이유는 만전을 기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태자께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하신다면 바로 떠나겠습니다.” 형가의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힘을 뽐냈던 진무양은 막상 진나라 조정에 들어가서는 벌벌 떨었고 얼굴색까지 변했습니다. 이를 본 진시황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형가가 칼로 찌르기 직전에 몸을 피했습니다. 거사에 실패한 형가와 진무양은 진시황의 경호 무사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됐습니다.

덩샤오핑은 중국 외교 전략으로 ‘도광양회’를 제시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입니다.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을 드러내면 좋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던 겁니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아 고전하고 있는 중국을 보면 도광양회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진핑은 올바른 외교 전략을 조급하게 철회한 탓에 큰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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