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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어금니 4개 삭아내렸다”래퍼 윤병호가 못끊은 ‘좀비마약’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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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병호가 인터뷰 중 공황발작 증세를 보이는 모습. /KBS 시사적격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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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윤병호(23·활동명 불리 다 바스타드)가 마약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그가 투약했던 펜타닐의 위험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1년여 전 윤병호가 “마약을 끊고 회복 중”이라는 근황을 알렸던 터라, 끝내 이겨내지 못한 금단현상의 늪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펜타닐은 미국과 멕시코 등 외국에서 신종마약 용도로 확산한 아편계열 약물이다. 여기에 중독된 사람은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걷는다고 해 ‘좀비 마약’으로도 불린다. 1959년 생산될 당시에는 말기 암같이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를 위한 진통제로 만들어졌다.

그 효과는 강력하다. 헤로인의 100배, 모르핀의 200배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혹은 이부브로펜 계열 진통제와 비교했을 때는 약 1000배 이상의 진통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헤로인·코카인·필로폰보다 훨씬 더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고, 심지어 총살·교통사고·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람의 수보다 펜타닐 복용이 사인인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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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에서 발견된 마약 묻은 1달러 지폐. /테네시주 보안관실 페이스북


외국에서는 펜타닐을 확산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해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미국 테네시주 보안관실은 페이스북에 “길바닥에 떨어진 돈을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당부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어느 주유소 바닥에 떨어진 1달러 지폐를 주워 펼쳐보니 정체불명의 흰색 가루가 발견됐고, 조사 결과 그 정체가 펜타닐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동물 진정제인 ‘자일라진’을 펜타닐에 섞어 오용하는 사례도 급증했다. 이 경우 팔다리 등에 ‘괴사 딱지’로 불리는 부스럼 조직이 생기며, 치료 시기를 놓칠 시 팔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단현상이 워낙 강해 신체 일부를 잘라내고도 여전히 마약을 주사하는 환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먹토’ 반복, 반송장 된다… 최악의 마약”

윤병호 역시 펜타닐 투약 후 괴로웠던 나날을 고백한 적 있다. 그는 2021년 12월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사직격’에 출연해 “펜타닐 끊을 때 너무 아프니까 난동 부리고 망치로 다 깨부쉈다”며 “그만큼 행동 절제가 아예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제작진이 찾아간 그의 집에서는 박살 난 거울과 신발장 등 현관에서부터 금단현상의 모습들이 발견됐다.

그는 또 후유증 탓에 치아가 삭아 내리고 발음까지 어눌해진 모습이었다. 윤병호는 “지금 어금니 4개가 없고 앞니도 하나가 나갔다. 먹으면 토하고 먹으면 토하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며 “반송장이 된다. 철저하게 만들어놓은 지옥 같은 느낌이었다. 진짜 최악의 마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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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호 집에서 발견된 펜타닐 금단현상의 흔적. 현관 신발장과 거울 등이 박살난 모습이다. /KBS 시사적격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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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 갑자기 공황발작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굳은 표정으로 “미치겠다”를 되뇌었고 주먹으로 벽을 치기도 했다. 윤병호는 “(펜타닐 중독자는) 벌레다. 왜냐하면 펜타닐 쪼가리를 찾으려고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쓰레기통을 뒤지게 된다”며 “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거 없나 싶어 청소기 통 먼지를 다 꺼내 찾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펜타닐은 한때 우리나라 힙합계에 퍼져 청춘들의 삶을 파괴하기도 했다. 유망한 래퍼였다가 펜타닐 복용으로 삶을 잃었다는 한 인터뷰이는 “펜타닐은 정말 신기한 게 한두 번만 해도 중독된다”며 “몸을 반쪽으로 나눠서 반쪽 근육에만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이다. 엄청 간지러워서 그게 제일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또 “아플 수 있는 모든 아픔과 악영향을 다 겪는다. 이 약은 악마다. 진짜 정말 센 악마”라며 “혼자 힘으로 끊을 수도 없다. 일단 이 약에 중독돼 버리면 삶을 잃어버린다”고 경고했다.

앞서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재판장 조정웅)는 지난 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병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약물 중독 재범 예방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추징금 163만5000원을 명령했다. 윤병호는 지난해 7월 인천시 계양구 자택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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