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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첫 캠프지휘 두산 이승엽 감독 의도치 않은 '혼밥 마니아'된 이유는?[SS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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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이승엽 감독이 4일 호주 블랙타운구장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주루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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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기자] 세심하다. ‘혼밥’을 즐긴다. 선수들과 겸상하지 않는다. 권위의식은 아니다. 식사시간만이라도 감독의 감시망(?)을 피하라는 배려다. 정작 자신은 이 핑계 저 핑계댄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왜 ‘유쾌한 젠틀맨’이라는 별칭을 얻었는지 짐작할 만한 일이다.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 센터(블랙타운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 감독은 조용하면서도 냉철하게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캠프 극초반이어서 일종의 탐색전으로 비칠만큼 개입보다 관찰에 열중하고 있다. 야수 전원이 참가하는 주루훈련 때에는 이른바 ‘농군패션’에 펑고배트를 들고있지 않으면 선수 중 한 명으로 보일만큼 위장(?)에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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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은 선수단 훈련 중에는 자연스레 무리에 놀아들어 있다. 이 사진 속에도 이 감독은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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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시작하면 투수들의 공간에 녹아들다가, 불펜투구가 끝나면 주루, 수비 훈련 틈새에 들어간다. 이때쯤이면 오전훈련이 끝나는데, 이때부터는 블랙타운구장 본부석쪽 관중석에 앉아 밀린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 2일에는 호주에 거주 중인 한화 레전드 투수 구대성(54)이 방문해 담소를 나눴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자연스레 선수들보다 늦게 식사했다.

두 번째 턴을 시작한 4일에는 점심시간에 타격훈련을 지켜봤다. 대게 캠프에서는 포수가 얼리워크로 타격훈련을 한 뒤 불펜, 수비, 전술 등의 훈련을 소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두산은 첫 사흘간은 포수조가 오전에 수비, 불펜 훈련을 소화한 뒤 점심식사 후 시작하는 타격훈련 때 야수들과 함께 로테이션했다. 포수들의 체력부담 등을 우려한 이 감독은 이날부터 오전훈련 마지막 일정에 포수들의 타격훈련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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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승엽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4일 호주 블랙타운구장을 찾은 팬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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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포수들의 타격훈련을 지켜보던 이 감독은 “오늘부터 포지션별 스케줄이 조금 바뀌었다”며 “포수들의 타격훈련을 보느라 밥 먹을 시간을 놓쳤다. 훈련이 끝난 뒤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 감독은 늦은 점심을 들었다.

블랙타운구장에서 치른 공식훈련은 이날이 사흘째. 이 감독은 사흘내 선수와 겸상하지 않았다. 슬쩍 의중을 물었더니 “일이 많았다”고 웃어넘기면서 “식사 시간만이라도 선수들이 편하게 있어야 하지 않겠나. 체하면 안된다”고 껄껄 웃었다. 탐색전 일수도, 이른바 ‘낯가림의 시간’일 수도 있지만, 선수들에게는 이 감독의 관심밖으로 밀려나는 유일한 ‘자유 시간’이기도 하다. 이 감독이 고강도 훈련 중 선수단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인 셈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캠프가 끝날 무렵이면 선수들도 체득할 만한 배려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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