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아프간 기여자 울산정착 1년] ①"학교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초기 일부 우려 시각도…한국어·문화 교육받으며 정착·적응 중

아이들, 간호사·경찰관 꿈꾸기도…"처음엔 걱정했지만, 모두 친절"

[※편집자 주: 탈레반 집권을 피해 한국으로 온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의 40% 정도가 울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150여 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잡다 보니 논란도 있었습니다. 현재 이들이 지역주민 일원으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 사회 역할도 조명해보는 기획 기사 3건을 송고합니다.]

연합뉴스

울산에 정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라우피씨네 자녀들
[촬영 김근주]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그동안 아기도 태어났어요. 안전한 곳에서 아이들이 성장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이 울산에 정착한 지 1년이 지났다.

라우피(Rawofi)씨 가족을 포함해 29가정 157명이 일자리 문제로 울산에 자리를 잡았다.

이는 당시 아프간 특별기여자 391명(79가정) 중 40.2%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일 년 새 1가정은 경기도 지역으로 떠났고, 이제 28가정 156명이 울산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사이 신생아가 4명 태어났고,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도 생겼다.

이들의 한국 적응기는 어떨까.

◇ 한국어·문화교육 집중…"훈육이라도 때리면 안 된다는 수업 좋았어요"

특별기여자 가족 교육과 지원은 사실상 울산동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가 도맡아왔다.

센터는 자체 교육뿐만 아니라,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경찰, 세이브더칠드런 등 외부 기관·단체와 연계해 각종 문화·법 교육 등을 36회 진행했다.

스마트폰 사용법부터 범죄 예방 교육, 한국 성 문화 이해, 아버지 교육 등 성별과 역할에 맞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했다.

교육을 담당한 경찰관은 "교통법규와 질서유지 규범 등 기본 법질서와 관련해 중점 교육했다"며 "문화가 다른 점도 있지만 기본 규범 자체는 비슷하기 때문에 특별기여자들이 지금 한국 법 문화에 잘 적응해 생활하고 있고, 그들 스스로 법규를 위반하지 않으려고 상당히 조심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특별기여자들의 교육 참여도도 좋은 편이다.

부부와 딸 4명이 함께 울산으로 온 라우피씨 가족 중 엄마는 "자녀를 훈육할 때라도 때리면 안 된다는 내용을 들었는데, 새로웠다"며 "가정폭력 방지 교육 등도 참 좋았다"고 말했다.

언어 교육은 부녀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육받고, 아버지들은 일터에서 한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배울 수 있지만, 부녀자들은 별다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2개 반으로 나눠 일주일에 2회씩 총 57회 교육했는데, 특별기여자마다 한국어 수준 차이가 아직은 좀 나는 편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손 흔드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
2022년 3월 울산시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의 자녀 중 초등학생들이 서부초등학교로 등교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새 학기 한국인 친구들과 한 반 수업…"다문화가정처럼 교육"

울산 정착 당시 '뜨거운 감자'는 한꺼번에 많은 특별기여자가 이주한다는 것이었다.

한쪽에선 주민 동의와 협의 없이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정착을 시도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고, 다른 한쪽에선 다양성을 존중하며 특별기여자들을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특별기여자 자녀 중 초등학생 28명이 모두 서부초등학교에 배정되면서 문화 충돌과 적응 부족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학교는 아프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면서 한국 학생들과 접촉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갔다.

1학기에는 아프간 학생들로만 구성된 특별반을 만들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2학기부터는 학생들이 원래 배정된 반에 가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시간을 조금씩 늘렸다.

한국 학생과 수업은 처음엔 주 1시간에서 학기 말에는 주 15시간까지 확대했다.

서부초 한 학부모는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학생들이 갑자기 섞이면 혼란스럽지 않을까 걱정이 컸는데, 1년 동안 자연스럽게 아이들끼리 소통하면서, 그냥 보통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는 올해 새 학기부턴 아프간 학생 특별반을 아예 없애고, 모든 아프간 학생들이 한국인 학생들과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도록 한다.

대신 한국어 추가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따로 시간을 배정해 언어 교육을 한다.

서부초 관계자는 "일반 다문화가정 학생들처럼 아프간 학생들도 교육받게 되는 것이다"며 "다만, 아프간 학생들이 특히 동아시아 유교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한국인들 역시 유달리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관련 교육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털어놨다.

정착 당시 고등학교 3학년에 배정된 아프간 학생 7명 중에서 6명은 울산과학대 글로벌비즈니스 학과에 진학이 확정되면서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게 된다.

연합뉴스

울산서 정착 시작하는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울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 일부가 7일 울산 동구에 도착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옛 사택에 거주하며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일하게 된다. 2022.2.7 [현대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anto@yna.co.kr


◇ "간호사·경찰관 되고파요"…또래들처럼 연예인 좋아해

사실상 아프간에선 탈출해 온 만큼 특별기여자 대부분은 한국에서 미래를 그리고 있다.

라우피씨네 네 딸도 마찬가지다. 현재 고등학생 2명, 중학생 1명, 초등학생 1명인데 간호사와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다.

또래들처럼 연예인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방탄소년단(BTS)이다.

둘째 딸은 "아버지가 직장에서 돌아와 주무실 때도 자매들끼리 BTS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한다"며 웃었다.

학교생활에는 꽤 적응했다.

한국어가 늘면서 같은 반 한국 친구들과 정이 들어, 이제 새 학기에 다른 반에 배정되는 것이 아쉬울 정도가 됐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큰 불편함은 급식이다.

돼지고기 등 이슬람 문화에서 허락하지 않는 음식이 나오면 걱정부터 앞선다.

조리 방법이나 향신료, 양념 냄새 등이 달라서 거부감이 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래도 이제는 식단을 읽으며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미리 알고 가려 먹기도 한다.

자매들 엄마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니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이어 "사실 처음에 일부에선 우리를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계속 우리를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1년 동안 지내보니 모두 친절했다"며 "우리를 받아줘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cant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