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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KIA 야구는 더 심심해져야 한다” 이유는 왜일까? [MK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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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야구는 2022년보다는 더 심심해져야 한다.”

최근 한 야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언뜻 듣기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재밌는 야구, 흥미로운 야구’를 추구하는 현대야구의 흐름에서 ‘재미’를 빠뜨린다는 게 일견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

하지만 지난해 KIA의 경기 패턴이나 과정들을 돌이켜 보면 납득이 가는 말이기도 했다. 2023시즌 KIA에는 더 편한 과정의 ‘눈에 뻔히 보이는 흐름의 안정적인 승리’들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 안정적인 경기력의 승리들이 결국엔 더 강한 팀이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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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야구가 더 심심해져야 한다고? 2022시즌 강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롤러코스터 같이 경기력 편차가 컸던 KIA가 더 안정적인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다는 야구 관계자들의 제언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KIA는 지난해 경기별 경기력의 편차나, 투타 기록의 전력 편차가 매우 크고, 심지어 경기내에서도 초반과 중반, 후반의 경기력이 다르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짜릿한 역전의 과정도 매우 많았지만 대량득점을 했던 경기가 동점을 허용하거나 뒤집힌 사례도 매우 많다.

이처럼 롤러코스터와 같은 경기력은 결국엔 페넌트레이스 승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실제로 KIA는 지난해 5월 18승 8패로 그 달 승률 1위(승률 0.692)에 오르기도 했지만 4~9월 가운데 승률 5할 이상을 거둔 달이 5월과 7월(승률 5할) 두 달과 7경기만 치른 10월(4승 3패, 승률 0.571)뿐이었다.

물론 연패가 적고 팀이 큰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는 건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상반기와 하반기만 해도 팀의 장점이 극단적으로 바뀔 정도로 팀 전력이 오락가락하는 면도 있었다.

특히 그런면은 마운드에서 두드러졌는데, 전반기 KIA 불펜은 리그 4위에 해당하는 팀 구원 평균자책 3.98의 성적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선발진이 전반기 9위인 4.31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그 여파가 후반기 불펜에 미쳤다. 결국 후반기 ‘트리플J’ 등 핵심 선수들의 줄부상이 나오면서 기간 구원 평균자책이 5.70으로 9위까지 추락했다.

반면 전반기 버티는 것에 급급했던 KIA 선발진은 부상 및 대체 외인투수들의 합류로 후반기 기간 리그 2위에 해당하는 3.38의 성적을 기록하며 팀의 백조가 됐다. 전반기와 비교하면 팀의 장점과 단점이 후반기 극단적으로 뒤바뀐 셈이었다. 전반기 부실했던 선발진이 결국 불펜에 악영향을 미친 인과관계가 있지만, 이렇게 심할 정도로 팀 전략의 계획이 서지 않는 것은 장기 시즌 운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됐다.

마운드 뿐만이 아니라 타선의 문제도 있었다. 2022년 OPS 전체 1위에 오른 KIA 팀타선은 세부적인 상황별 지표들을 들여다보면 팀배팅의 디테일과 힘이 부족했다. 능력이 출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결과로 가져오는 팀의 응집력은 떨어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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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팀의 승리패턴이 많이 성공할 경우 자연스럽게 팀승률도 높아질 수 있다. KIA가 더 높은 순위에서 가을야구를 치르기 위해선 역대 강팀들의 그런 뻔한 승리의 모습을 더 닮을 필요가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우선 KIA는 가장 상징적인 타격지표인 OPS에서 부문 1위를 기록했음에도 팀타점은 676타점으로 SSG(682타점)에 미치지 못했다.

주자들이 나간 대비 타점으로 전환한 확률에서도 1위 SSG(17.4%)는 물론 2위 LG(17.1%)에 뒤진 3위 기록(16.9%)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KIA 공격은 많이 출루하고 많이 진루했지만 그만큼 타점까지 연결하지 못한 경우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그런면에서 잔루 기록 역시 키움(2422)에 이어 KIA는 리그에서 2번째(2407)로 많았다.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해결사가 없었던 키움만큼 누상에 주자를 많이 남겼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KIA는 2사 이전 3루 주자가 득점에 성공한 타격 비율이 65.2%로 부문 7위에 그친다. 팀컬러와 선수단의 능력 자체가 강공에 유리한 구조이기에 빅이닝을 노리는 전략을 다수 택했고, 이것이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지만 많은 순간 쉽게 갈 수 있는 득점 상황을 놓쳤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또한 KIA는 무사 주자 2루 상황 추가 진루에 성공한 비율도 55.8%로 리그 4위에 그쳤다. 그 외에도 KIA는 아웃카운트를 늘리더라도 누상에 출루한 주자들을 진루시키는 공격 지표 부문에서도 대부분 중위권으로 클래식 지표의 좋은 성적들과 비례하지 못했다.

꼭 이런 지표들의 팀배팅 능력을 완전히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유의미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결국 종합하면 지난해 KIA는 팀배팅 능력이 부족했거나, 혹은 그런 상황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즌 전체로 보면 많은 득점을 냈지만, 경기 초반 추가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점수가 나지 않아서 어려운 경기를 펼친 사례들이 많았다. 특히 시즌 막바지 그런 경기들이 다수 나왔다.

경기 별 모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대량득점을 하는 날에는 인정사정 없이 상대 투수들을 몰아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상대 에이스가 나오거나 핵심 불펜들이 나오면 침묵하는 약점을 보이는 등 경기별로 온도가 극명한 모습도 보여줬다.

다시 돌아와서 2023 시즌 ‘KIA의 야구가 더 심심해져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해야 한다’는 의미와 통할 수 있다.

팀전략이나 디테일의 측면은 KIA 코칭스태프와 KIA 선수단의 선택의 몫이다. 그러나 경기별 편차가 줄어든, 역대 강팀들의 뻔한 승리패턴만큼은 답습하면서도 진화할 수 있어야 KIA역시 강팀이 설 수 있다.

선발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하고, 팀은 꼭 빅이닝이 나오지 않더라도 확실히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내고, 불펜이 안정적으로 리드를 지켜낸다면 경기는 심심해질 수 있지만, 확실한 승리는 보장된다. 그리고 그 승리는 역설적으로 팬들에게 더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보장할 수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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