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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상관측 장비의 경로 이탈? 실수 가장한 미 당국 떠보기? 저주파수 군 통신 시스템 염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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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정찰 풍선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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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민간용 관측기구…제어 안 돼 편서풍 타고 미국 영토로”
미 “전략시설 감시”…전문가 “침범만으로 미 안보에 위협”

미국이 4일(현지시간) 격추한 중국 풍선의 정체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풍선의 실제 정찰 능력과 무관하게 미국의 영공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안보 위협이라는 지적부터, 중국이 최첨단 정찰 수단을 제쳐두고 굳이 풍선을 띄웠을 때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으리란 분석도 나온다.

먼저 전문가들은 무기를 싣지 않은 풍선에 불과할지라도 이번 사태가 여전히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장군 출신인 미 기업연구소(AEI) 존 페라리 초빙연구원은 “미 영공 비행 사실 자체가 미국의 위협 감지 능력을 시험하는 용도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의 방공망 허점을 찾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중국이 첩보 위성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저주파 라디오 주파수를 탐지하기 위해 정찰 풍선을 택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페라리 연구원은 “저주파 라디오 주파수를 탐지할 경우 미국의 무기 통신 시스템이 (중국과) 얼마나 다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미국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했다. 다음번엔 이 풍선에 무기가 실려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이 풍선이 기상관측을 위한 민간용 비행기구이며, 편서풍을 타고 우발적으로 미 영공에 진입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댄 재프 시애틀 워싱턴대(UW) 대기화학 교수는 “이는 틀리지 않은 주장”이라면서 “(편서풍을 타고) 풍선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날아오기까지 약 1주일이 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매연이나 고비사막의 황사가 편서풍을 따라 미국에 유입되는 경로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단순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기상관측용으로 위장한 정찰 풍선을 편서풍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띄웠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프 교수는 “기상관측 기구의 궤도 제어능력은 기구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면서 중국이 풍선의 경로를 외부에서 조종해 목표물까지 이동시켰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밀 인공위성 등 이미 최신 장비를 보유한 중국이 굳이 구닥다리 방식인 풍선을 사용한 이유를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풍선은 위성과 다른 각도에서 시설물을 촬영할 수 있다. 또 예기치 못하게 등장하므로 미국이 비밀 자산을 숨길 시간이 줄어든다”고 전했다.

또한 정찰 풍선의 고도는 민간항공기(1만m)나 전투기(2만m)보다는 훨씬 높은 2만4000~3만7000m 정도지만, 2만㎞ 높이의 인공위성보다는 지상과 훨씬 가깝다. 소음을 내지 않으며 한 자리에 머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풍선이 지상 가까운 곳에서 미국의 인프라 관련 정보를 취득하거나 통신시스템의 단거리 고주파를 감청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신 장비에 비하면 풍선을 사용해 얻을 이점은 별로 크지 않다. 특히 이번 정찰 풍선은 지상에서 육안으로 쉽게 포착됐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 당국의 ‘반응을 보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노출되기 쉬운 풍선을 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벤저민 호 코디네이터는 “뭐든 정보를 빼내고 싶었다면 더 좋은 방법이 많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본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카네기 국제문제윤리위원회의 아서 홀란드 미셸 연구원 또한 “심각한 긴장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미 영공까지 침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풍선은 이상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과거에도 미국에 정찰 풍선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중국 정찰 풍선이 미 영공에 두차례 등장했으나, 크기가 이번만큼 크지 않아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AP통신 등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날 풍선이 격추된 후 잔해가 수거되고 있어, 정찰 풍선이었는지 여부는 차차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루이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전략기술국장은 “실제 정찰 풍선이었다면 정보를 다른 국가로 다시 전달할 수 있는 카메라나 통신 장비가 있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정찰 풍선은 역사가 깊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남북전쟁 시절 미국에서도 상대 군대의 움직임을 정탐하기 위해 풍선을 활용했다. 활용도가 본격 높아진 것은 2차 세계대전으로, 풍선은 공격용 무기로도 이용됐다. 미 국립공군박물관의 집계에 따르면 1944년 11월부터 1945년 4월까지 일본은 약 9000개의 수소 풍선에 폭탄을 실어서 띄웠으며, 이 중 285개가 텍사스주 등 미국에 도착했다. 대부분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1945년 5월 풍선 하나가 미국 오리건주에 떨어져 소풍을 가던 어린이 등 민간인 6명이 사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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