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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탈북민은 남한 국민인가, 아닌가…‘북송사건’ 첨예한 법정 공방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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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정의용 조사 때도 쟁점…법령 미비·직권남용도 논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수사 마무리를 앞둔 검찰이 2019년 당시 정부의 북송 조치로 탈북 어민들이 재판받을 권리와 거주 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북한 주민(탈북 어민)은 법적으로 한국 국민’이라는 전제에 따라 성립되는데, 북송 결정을 내린 당사자로 지목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명시적으로 규정된 법령이나 판례가 없는 이 사건을 두고 양측은 법정에서 첨예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정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면서 ‘(북송 조치가) 어민들의 남한에서 재판받을 권리,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신문했다. 검찰은 북한에 사는 주민에 대해서는 한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못하지만 탈북 어민들이 남한에 왔고 귀순의사를 표명했을 때는 남한에 편입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한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의 혐의와 관련해 형법상 직권남용죄와 불법체포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실장 측은 “탈북 어민 사건은 일반적인 사안과는 다르다”는 취지로 검찰에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방한계선(NLL) 무단 월선은 국가안보적 차원의 정책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안보실이 총괄한 것이고, 해당 어민들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북송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정 전 실장 측은 북한 주민도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며 북한 주민이 무조건 한국 국민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입법 공백’ 문제 공방도 오간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귀순의사’를 검색하면 나오는 법은 없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북한 주민에게 한국 정부가 위로금을 지급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 2016년 대법원 판결이 북송 사건과 관련된 가장 최근 판례로 거론된다. 최종적으로는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었다. 하지만 ‘북한 주민=한국 국민’ 공식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직권남용에 대한 법원의 최근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북송 사건의 유무죄를 단정하기 어렵게 한다. 최근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방해 사건 재판부는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의 진상규명 업무가 구체적이지 않다면서 “방해될 권리가 없다”고 했다. 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감찰 무마 사건 재판부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사법경찰관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며 “방해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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