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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이재명 ‘검수완박2′… 검사교체·신상공개 등 ‘방탄法’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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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핵심증거 사전 열람도 요구...與 “속 빤히 보이는 법”

조선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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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지시로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무더기로 추진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달라고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게 하고, 검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법으로 공개하게 하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때 피고인과 변호인이 검찰 측 증거를 사전에 열람할 수 있게 하고, 피의 사실 공표가 의심될 경우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법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법안은 이 대표가 작년 말 당내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에 직접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되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 대표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사실상 ‘이재명 방탄용’ 입법인 셈이다. 당 차원에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경우 ‘검수완박 시즌2′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 국가 형사사법시스템을 또 한번 뒤집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은 검찰 권한을 제한하고 수사 중인 검사를 압박하는 것들이다. 민주당 검찰대책위와 법률위 측에 따르면, 민주당은 수사 중인 검사의 기피를 요구할 수 있는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사건 배당은 검찰 권한이지만, 검사의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검사가 불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 대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의 검사장과 부장검사들이 모두 ‘윤석열 사단’이라서 수사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검사들의 이름과 담당 업무, 연락처를 법으로 공개하게 하는 ‘검사 정보공개법’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이 대표를 수사 중인 검사들의 실명과 소속, 얼굴 사진 등을 담은 자료를 만들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배포했다. 정보가 공개된 검사들을 향해 온라인상에서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검사들에 ‘좌표’를 찍어 압박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민주당은 오히려 “검찰 신상 공개를 제도화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번에 실제 법안을 내겠다는 것이다.

검찰대책위 측은 “검사가 정당한 수사를 한다면 신상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검사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공개되면 보이스피싱 범죄를 방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법 추진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법이 실제 시행될 경우 “정치권에서 좌표를 찍은 검사실은 하루 종일 걸려오는 항의 전화로 마비될 것” “아무리 검사라도 사람인데 협박 전화를 종일 받으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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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3년 2월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청년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윤석열 검찰정권 폭정저지"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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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이번에 추진하는 법들은 당장 이 대표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다. 민주당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검찰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핵심 증거 자료를 피고인과 변호인이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기 전에 열람하고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대장동 사건’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으로 수사받는 이 대표로서는 검찰의 핵심 증거가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이 앞으로 있을지 모를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한 ‘방탄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장외 집회에서 “검찰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고 군인의 총칼 대신 검사들의 영장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치의 자리를 폭력적 지배가 차지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상습적으로 피의 사실을 공표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를 막는 법안도 내겠다고 했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공표한다고 의심될 경우,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이 대표 수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민주당은 앞서 작년 11월 이 대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과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을 피의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피의 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검찰대책위는 최근 이 같은 법안 내용을 당 지도부와도 공유했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실제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법 통과는 쉽지 않다. 민주당이 국회 169석을 가진 제1당이지만 관련법 대부분이 국회 법제사법위 소관이고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다. 법사위원장이 반대하면 민주당 단독 처리가 어렵다. 민주당은 지난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밀어붙이려 했지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이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법사위를 건너뛰어도 마지막 단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하는 건 현재 진행 중인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응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검찰대책위에 속한 한 의원은 “이 대표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은 애초 공정한 수사를 할 것으로 전혀 기대되지 않는 검사들뿐이고, 검찰은 증거도 없이 피의 사실을 의도적으로 흘려 이 대표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똑같이 당해야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위한 법이 아니다. 나중에 시행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수사와는 무관하다”며 “막강한 힘을 가진 검찰에 대해 피고인의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방탄용으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에선 “방탄의 끝을 보여준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서 흠집을 잡으려는 의도가 너무 빤히 보인다”며 “그렇게 취지가 좋은 법이었다면 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대표 수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데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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