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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같은 삼성맨인데…'50% vs 7%' 성과급 격차에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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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사업부문별 실적따라 지급률 '최대 7~8배' 차이

반도체·가전 희비 갈려…재계 "기준 공개 필요"]

머니투데이

/사진 = 김다나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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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사업부 전체가 최선을 다했는데 성과급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어서 불만이 쌓이고 있습니다."

5일 한 대기업의 가전 사업부 관계자는 최근 사내에 통지된 성과급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부문별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난해 수요 감소로 불황에 시달렸던 가전 사업부는 사내 최저 수준 성과급을 받게 됐다. 이 관계자는 "다른 사업부는 많게는 최대 4배까지 더 받더라"며 "같이 입사한 동기와도 크게 격차가 벌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말·연초 지급되는 경영성과급을 두고 기업 내외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동종업계에 있는 다른 기업은 물론 같은 기업 내 사업부문별로도 실적에 따라 성과급 지급률이 차이가 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급을 지급받는 구성원들의 불만이 커졌다. 일부 기업에서는 사업부의 별도 노조가 결성돼 낮은 지급률 개선을 요구하는 등 노노(勞勞) 갈등이 비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기업의 2022년 성과급 결정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황이 시작됐으나 대부분의 기업이 높은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로 지급했으며, SK하이닉스는 초과이익분배금(PS)을 기준급의 820%로 결정했다. DB하이텍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연봉의 50%를 생산성향상격려금(PI)으로 지급한다.

그러나 전자업계 전체로 넓혀 보면 같은 기업이어도 사업부문별로 금액이 최대 7~8배까지 차이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의료기기사업부와 함께 사내 최저 수준인 7%의 성과급을 받는데, DS 부문의 7분의 1 수준이다. LG전자의 경우 H&A(생활가전)사업본부는 기본급의 300%를 받으나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최대 130%에 그쳤다.

가전과 TV 부문의 낮은 성과급은 실적이 모두 악화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광군제·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에 대응했지만, 전반기부터 시작된 시장 부진을 넘지 못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7년 만에 영업손실 600억원을 냈다. LG전자 HE사업본부는 2분기 189억원, 3분기 554억원, 4분기 10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 내부에서는 성과급 격차가 너무 크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달 창립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노조는 DS부문과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기존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DS부문 대비 초임·성과급·특별 보너스 격차 문제에서 개선사항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기업 내부 성과급 격차가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사례다.

좋은 실적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급을 지급해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기도 한다. LX세미콘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으며, 영업이익은 3106억원으로 역대 2번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초(기본급 600%)와 2022년 초(기본급 900%)에 비해 급감한 300%의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LX세미콘 한 직원은 "위기 대응 측면이라는데, 내부 공감대 형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본급을 깎아서라도 성과급을 더 달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성과 보상은 기업의 중요 과제 중 하나"라며 "매해 반복되는 성과급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지급 기준을 공개하고 사업부 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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