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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성·SK하이닉스, 차세대 메모리 플랫폼 CXL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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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구글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내 '구글 클라우드 TPU'로 구성된 팟(pod). /구글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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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래 먹거리로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 플랫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기술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완성차 기업 역시 자동차용 반도체에 CXL을 접목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기업인 케이던스에 따르면 CXL 메모리 플랫폼 시장이 2030년 200억달러(약 24조원) 수준으로 급격한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던스 관계자는 “앞으로 몇 년 동안 CXL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케이던스는 시높시스, 지멘스 등과 함께 세계 3대 EDA 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대형 플랫폼 기업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첨단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CXL을 염두에 둔 방향으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CXL은 특히 중앙처리장치(CPU)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계층을 편리하고 고성능·고용량으로 구현하기 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특히 관련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CXL이란 두뇌 격인 CPU와 메모리 반도체 사이의 도로를 기존 2~3차선에서 8차선, 10차선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최첨단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기존에는 CPU가 지원하는 메모리 인터페이스에 따라 DDR4, DDR5 등 특정한 규격에 맞는 반도체만 사용할 수 있지만, CXL 기술을 접목하면 종류나 용량, 성능에 관계없이 어떤 메모리도 탑재할 수 있게 된다. D램의 용량을 8~10배 이상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혁신의 속도가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CXL의 등장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실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력 수출 품목인 D램의 경우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대에 접어들면서 공정전환이 늦어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생산성, 성능 향상폭이 현저히 둔화됐으며 심지어 생산비용도 점점 늘고 있다. 10㎚ 이하 D램의 경우 대당 2000억원이 넘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요해 설비투자 부담이 커진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는 그동안 미세화를 통해 작은 칩 안에 최대한 많은 용량을 넣는 방식으로 생산성과 성능을 높여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반도체 미세화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서버용, 모바일, PC용 D램의 고용량·고성능화도 더 어려워지는 추세다. CXL은 이런 천문학적 설비투자가 필요한 미세공정 없이 초고속 인터페이스 기술로 D램, 낸드플래시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512GB CXL D램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1개의 CPU에 최대 8TB(테라바이트)의 용량을 지원했다면, CXL을 통해 1개의 CPU에 최대 16TB의 용량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8월 DDR5 D램 기반 첫 CXL메모리를 개발했다. SK하이닉스의 CXL은 최신 기술 노드인 1a㎚(10㎚급 4세대 D램) DDR5 24GB를 사용한 96GB 제품이다. 메모리 제품의 양산 시점은 2023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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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개발한 DDR5 D램 기반 CXL 메모리. /SK하이닉스 제공




최근 CXL은 단순히 용량을 늘려주는 것을 넘어서 연산 기능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삼성 테크 데이’ 행사에서 CXL 인터페이스 기반 PNM(Processing-near-Memory) 기술을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는 저장 기능을 담당하는 반도체로 연산 기능은 없다. 그러나 PNM은 데이터 연산 기능에 메모리를 활용해 CPU와 메모리 간 데이터 이동을 줄여준다. CPU와 메모리 간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줄여 시스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도 10월 CXL에 연산 기능을 통합한 CMS(Computational Memory Solution)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CMS 한 개당 용량은 512GB다. 빅데이터 분석 응용 프로그램이 자주 수행하는 머신러닝 및 데이터 필터링 연산 기능까지 함께 제공한다. SK하이닉스 측은 CMS는 시스템의 성능은 물론 에너지 효율까지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DA 기업들은 CXL을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자동차용으로도 확장하려는 추세다. 시높시스 등은 다수의 자동차 기업들과 CXL 시스템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않은 미래에 움직이는 데이터센터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전기차에도 서버나 고성능컴퓨팅(HPC) 장비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가 동일하게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DA업체 관계자는 “특히 자율주행차를 위해서는 최소 10대 이상의 고성능 카메라에서 받아들이는 이미지를 처리해야 하고, 하루 평균 2160만건의 추론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는 막대한 양의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며 결국 전기로 구동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바퀴를 달고 움직이는 데이터센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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