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안기자의 동분서주] 대못박힌 주택임대사업자…尹 정부도 외면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39살 A씨. 최근 서울 송파구의 15억짜리 집 매매를 알아봤다. 현재 자신이 소유한 광명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일시적 1가구 2주택을 제도를 이용해 갈아타기를 하려는 것이다. 때마침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면서 기회라고 판단한 것.A씨에게는 광명 아파트 이외에도 5년전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서울의 임대주택도 1채 있다. 임대주택은 양도세와 종부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안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자체에 알아봤더니 청천벽력같은 얘기가 돌아왔다.

임대주택은 취득세를 산정할 때는 주택수에서는 제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 제도를 이용할 수 없고, 만약 서울의 집을 매수하면 3주택자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송파는 아직 규제지역에서 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취득세가 중과되게 된다. 그나마 정부가 최근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면서 취득세율이 12%에서 6%로 인하된 게 위안이었다.

■ 문재인 정부, 임대사업자제도 '오락가락'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문재인 정부 당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초기에는 전월세가 치솟자 문재인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를 민간 부분의 임대 공급자로 인정하면서 등록을 장려했다. ▲거주주택 양도세 비과세 특례, ▲종부세 계산시 임대주택 제외 ▲임대주택의 양도세액 감면과 장기보유 특별 공제까지 굵직한 혜택을 선사했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임대사업자를 대하는 태도가 돌변했다.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해 임대사업자 제도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규제지역에서는 종부세와 양도세액 감면 혜택을 없애 버렸고, 거주주택 양도세 비과세 특례는 평생 1번만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급기야는 아파트 임대등록도 금지했다. 여기다 부기 등기와 보증보험 가입도 의무화했다.

임대사업자들은 8년동안 의무적으로 임대를 하면서 계약을 할때마다 기존 임대 보증금의 5%내에서 임대료를 올려야 한다. 계약갱신권이 한차례, 길게는 4년의 임대 기간을 보증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은 최소 8년을 저렴한 임대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입자가 바뀌어도 적용된다. 그 과정에서 표준계약서 작성 등 모두 10가지에 달하는 의무 사항을 지켜야 한다.

임대사업자 과태료 부과 항목은 21개에 달한다. 임대료를 올리지 않아 계약서를 쓰지 않는 이른바 '묵시적 갱신'의 경우에도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을 부과할 정도다. 그야말로 과태료 지뢰밭이다.

■ 다주택자는 악의 축이었나?
집값 급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치솟는 집값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서민들을 위해 비난을 퍼부을 ‘악의 축’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문제는 정부 스스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면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송두리째 깨졌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인식해서인지 대선 당시부터 임대사업자 제도를 정상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연말에는 소형 아파트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달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는다며 파상공세로 내놓은 규제들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임대사업자들은 일시적 2주택을 활용한 갈아타기가 사실상 봉쇄돼 있다. 취득세 계산시에 임대주택이 제외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가 투기꾼이 아닌 임대시장의 공급자인데도 투기세력를 타깃으로 한 취득세 중과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은 이사도 못 갈 판이라며 개정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TV조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택임대사업자 제도에 박힌 '3가지 대못'
이는 윤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취득세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문재인 정부가 박아 놓은 쐐기를 뽑진 못하는 수준이다.

거주주택 비과세 특례도 생애 한번만 적용된다. 임대주택이 있는 상황에서 거주주택을 팔면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다면, 다음 거주주택은 규제지역에서 2년을 실거주하더라도 비과세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다 기존에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아파트의 경우에는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임대등록이 자동말소가 된다.

이대로라면 윤석열 정부가 소형 아파트의 주택임대를 허용하고, 의무 임대기간을 15년으로 늘리더라도 15년동안 주택임대사업자를 낸 사람은 거주주택을 옮길때마다 취득세 중과를 맞아야 하고, 그리고 두번째 집부터는 거주주택 비과세 혜택도 받지 못한다.

■ 따로노는 양도세와 취득세…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양도세와 취득세가 이원화된 데는 세금을 관장하는 중앙부처가 다른 측면도 있다. 양도세는 기재부가, 취득세는 행안부가 담당하고 있다.행안부의 취득세 개정은 시장 상황을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임대사업자 제도는 정부의 정책 신뢰성을 무너뜨린 상징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기회에 무너진 정책 신뢰를 되찾겠다며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웬만한 정책으로는 이미 뿌리 깊이 박힌 불신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나 문재인 정부가 임대사업자 제도 곳곳에 박아 놓은 대못을 적절하게 제거하지 못하면 다시 한번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임대사업자를 투기꾼으로 볼 것인지, 민간 임대 시장의 공급자로 볼 것인지, 윤석열 정부도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시점이다.



안형영 기자(truestory@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