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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엄마아빠는 곁에 없었다…보육 사각지대서 숨지는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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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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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어린 엄마가 집을 비운 사흘간 두 살배기 아들은 홀로 남겨졌습니다.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화장실에 가기도, 끼니를 챙기기도 버거운 생후 20개월의 아기는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외롭게 집에서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엄마는 외출 사흘 만에야 집에 돌아왔지만, 아기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린 뒤였습니다.

저출생이 화두인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늘(6일)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아동 191명이 학대로 인해 숨졌습니다.

2020년에는 학대 사망 아동 43명 가운데 27명(62.79%)가, 2021년에는 40명 중 15명(37.5%)가 만 1세 이하였습니다.

학대 사망 피해가 아동 중에서도 가장 어린 영아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만 2세 미만은 어린이집 등 공적 양육 체계에 아직 편입되지 않는 나이로 가정에서 양육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부모의 방임과 학대가 반복되더라도 집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2살 아들 방임 사망' 사건 역시 아이 홀로 집에 방치된 사흘간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아이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이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밝혔습니다.

앞서 2021년 4월에는 인천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 여자 아기가 5일간 분유나 이유식도 먹지 못한 채 반려견들과 방치되다가 숨졌습니다.

어린 부모는 아이를 방치한 지 닷새 만에 집에 들어가 숨진 딸을 봤지만 곧바로 다시 외출해 친구와 게임을 하거나 지인들과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아기는 집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 속에서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이들 부모에게는 징역 10년형이 확정됐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인천 한 자택에서 생후 105일 된 딸을 쿠션 위에 일부러 엎드려 놓아 숨지게 한 20대 아빠가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딸을 쿠션에 엎어놓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가 혼자서 몸을 뒤집을 수 없는 아이를 고의로 쿠션에 엎드려 놓아 숨지게 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아이가 숨질 당시 외출한 상태였던 아내에게도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영아들의 방임·학대 피해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만 2세의 저연령 영아들은 자기 보호 능력이 전혀 없어 부모의 절대적인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라며 "이번 사건도 부모가 없이는 생명이 위태한 상황까지 놓일 수 있는 2세 아이가 혼자 방치되다 숨진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똑같은 아동학대 사건이더라도 이번처럼 저연령 영아가 피해자일 경우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거나 아동 연령에 따라 구체적인 양육 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는 안전이 의심되는 전국의 만 3세 아동을 상대로 전수 조사에 나선 바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아동이 공적 양육 체계로 편입되고 본인 의사를 적정 수준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나이를 '만 3세'로 보고 이 같은 기준을 잡았습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학대로 사망하는 아이 중 대다수가 만 3세 미만"이라며 "의사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방치돼 죽어가는 사례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전수조사 대상을 더 어린 영아로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출생신고 후 신청만 하면 아동수당을 계좌로 입금해 주지만 1년에 한 번이라도 의무적으로 부모 교육을 한 다음 수당을 지급하거나 아이의 안전이 확인됐을 때 수당을 주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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