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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韓 수소차 세계 1위인데…수소는 왜 수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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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수소경제]

세계 첫 청색수소 공급망 구축했지만

경제성 살린 수소 생산 기술 확보 시급

편집자주지구상에 가장 흔한 원소인 수소는 태울 때 물이 배출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탄소중립 시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은 수소 경제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소차를 개발하고 보급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새 정부 들어서면서 수소 정책이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미래 에너지원으로 수소의 역할과 정책적 지원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사우디 아라비안 오일 컴퍼니(Aramco·아람코)는 작년 8월 세계적 검증 기관인 독일의 '티유브이 라인란드(T?V Rheinland)'로 부터 '청색(Blue) 수소·암모니아' 인증을 세계 최초로 획득했다. 정유시설 등에서 부산물로 약 4만5000t 가량의 수소와 암모니아를 만들었는데, 이때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을 포집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 수소·암모니아가 청정에너지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아람코는 2030년까지 연간 최대 1100만t의 청색 암모니아를 생산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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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가 생산한 이 청색 수소·암모니아는 지난 12월 울산항을 통해 전량 국내로 들어왔다. 수입처는 아시아에서 암모니아 유통 규모 1위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이다. 이 회사는 현재 암모니아를 수소로 변환하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국책과제를 수행 중이다. 암모니아 기반 청정수소 생산에 성공하면 수소경제로 전환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가 친환경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다. 또 연소될 때 환경에 해로운 이산화탄소 등 각종 유해물질 대신 물만 배출한다. 석유, 가스를 대신해 차나 발전소에서 쓸 수 있어 기대가 크다. 하지만 아직 국내 생산은 갈 길이 멀다. 화석연료에 이어 수소마저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있다.

사실 아람코처럼 국내에서도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면서 부산물로 수소를 만든다. 문제는 그 양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또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는 모순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세계 수소 생산의 94% 이상이 고온의 수증기를 이용해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회색(Gley) 수소다.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지만, 수소 1kg당 무려 11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하는 기술을 사용하면 청색수소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포집 장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수소 생산단가가 오른다. 또 모은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궁극적인 친환경 수소는 녹색(Green) 수소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된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수전해)해서 생산한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수소에서 얻는 에너지 보다 전력 소비량이 더 커 비효율적이다. 세계 각국에서 녹색 수소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쉽게 말해 물을 돈을 적게 들여 수소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면 중동 산유국이 부럽지 않은 자원부국 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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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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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히려 중동국가에서 기술개발에 적극적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30년까지 세계 저탄소 수소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네옴시티에 녹색 수소·암모니아를 공급하는 네옴 그린 헬리오스 연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중동에서 수소에 적극적인 이유는 원유는 곧 바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석유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또 비가 오지 않는 중동 지방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도 수소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 이유다.

좁은 국토 면적 등 지리적 요건 상 충분한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우리나라는 녹색 수소 생산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소전지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수소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작년 1~11월 현대차의 수소전지차 판매 대수 1만8457대로 토요타 미라이(3238대)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수소도 휘발유나 경유처럼 대부분 수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녹색 수소 생산을 위해 해외로 눈 돌리고 있어서다.

삼성엔지니어링과 롯데케미칼,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사라왁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력발전을 이용해 녹색 수소를 만드는 방식으로, 2027년 말 상업 생산이 목표다.

물론 국내에서도 여러 사업이 진행 중이다. SK E&S가 보령에서 LNG(액화천연가스) 냉열을 활용한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다. 포스코도 2030년까지 CCS 기술을 적용해 청색 수소를 만들 계획이다. 제주도나 새만금에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녹색 수소 생산도 추진 중이다.

다만 효율적인 녹색 수소 생산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수전해 장치 성능을 향상하는 전해질막이나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면서 친환경 수소 생산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다. 하지만 수소는 물만 분해해도 얻을 수 있다. 수소를 저렴한 가격에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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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내 최초 셀프 수소충전소인 인천국제공항 T2 수소충전소에서 관계자가 차량에 수소 충전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소가스를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규정에 의거해 규제하고 있어 운전자가 직접 충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제6차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위원회에서 안전한 실증을 위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교육 등을 준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실증 특례를 승인했다. 2023년 12월까지 수소충전소의 셀프충전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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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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