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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동네 당구장이 키운 대학생 당구 고수…손수연, 프로에서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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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틈틈이 당구 LPBA 8강 돌풍

“학교 동아리 만들고 졸업 할래요”


한겨레

여대생 프로당구 선수 손수연. 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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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졸업반. 공부하기도 바쁘다. 전문 코치에게 당구 레슨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프로당구 8강 돌풍을 일으켰다. 팬들이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누구야?

대학생이 돼 처음 3쿠션에 입문한 손수연(숙명여대)이 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당구 개인전 8차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PBA-LPBA 투어 8강전에서 백민주에 0-3으로 져 돌풍을 멈췄다.

하지만 128강에서 8강전까지 보여준 그의 강심장 스트로크와 강렬한 눈빛은 당구팬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심었다. 정상급 선수들도 여자부 서바이벌 경기 방식(128강, 64강, 32강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의 상승풍이 눈길을 끈 것은 당연했다.

실제 32강전 서바이벌 경기에서 손수연은 최강 임정숙(크라운해태)과 김세연(휴온스)을 탈락시켰다. 당시 같은 조에서 경쟁하던 백민주(크라운해태)는 16강 티켓을 얻었지만 2위로 밀어냈다. 입문 3년 만에 손수연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순간이었다.

그의 32강, 8강전은 방송으로 중계됐다. 손수연은 8강전 탈락 뒤 인터뷰에서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공을 치게 되니 조금 긴장했다. 테이블도 동네에서 익숙했던 것과는 달랐다. 전체적으로 아쉽기도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뿌듯하다. 즐겁게 쳤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3쿠션을 배운 손수연은 스스로 지칭하듯 ‘잡초과’다. 전문 지도자에게 특별하게 배운 적이 없다. 그는 “반포의 동네 당구장에서 사장님과 많은 삼촌, 오빠들이 도와주었다”고 했다.

동호회나 대회에 참여하면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 동네 고수들의 자발적 코칭과 독학으로 프로 관문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물론 타고난 감각과 강심장, 때로는 10시간 이상의 연습도 한 적이 있다.

결국 대학 1학년 때 20점 고지에 올랐고, 3년 전 엘피비에이 선수 선발(트라이아웃) 첫 도전에 실패했지만, 이듬해에는 프로선수로 등록할 수 있었다. 이어 지난 시즌 세 차례, 올 시즌 4번째 도전 만에 8강 진출의 기적을 일궜다.

한겨레

손수연. 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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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과 수업도 들어야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 강의가 많았고, 그런 덕을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부모님도 내가 하는 것에 만족하신다. 생각보다 잘 쳤다고 칭찬해 주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하신다”고 소개했다.

관광학을 전공하는 그는 조만간 졸업을 앞두고 있다. 진로도 고민스럽다. 하지만 재학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바로 학교 안에 당구 동아리를 만드는 일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당구를 처음 접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여학생들도 당구를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즐겼으면 좋겠다. 졸업하기 전에 학교 동아리부터 꼭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당구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실내 경기라 계절도 타지 않고, 공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암기하거나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머리도 많이 써야 한다. 팔 근육도 많이 늘었다”며 웃었다.

올 시즌은 끝났고, 그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전 의욕은 넘친다. 동네 당구장 스승들은 “우리 잡초 잘했다”며 난리법석이다.

그는 “재능은 잘 모르겠다. 연습한 만큼은 나오는 것 같다. 구력도 짧지만 좀더 노력해서 다음엔 꼭 4강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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