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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NYT “시진핑, 미국의 정찰 풍선 격추에 강경 대응하기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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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의 한 상점 주인이 1면에 중국 정찰 풍선 사진이 실린 중국 일간지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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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투기를 동원해 정찰 풍선을 격추시킨 데 대해 중국이 ‘과잉 반응’이라며 항의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가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미국 정부가 자국 영공을 침범한 정찰 풍선을 전날 F-22를 동원해 격추하자 성명을 내고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추가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 국방부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우리 민간용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은 명백한 과잉 반응”이라면서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사용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인터넷에서도 미국이 정찰 풍선을 격추시킨 데 대해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네티즌들의 분노와 별개로 중국 지도부 차원에서 자신들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상징적인 조치를 강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이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아시아태평양 정책 담당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NYT에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다”면서 “중국은 특히 미국을 비롯해 주요 강국들과 관계 개선에 나서길 원하는 상황에서 꼼짝없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시 주석은 중국 내부의 골칫거리들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와 강대강 대결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 이후에도 지속되는 경기 부진, 부동산 장기 불황,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강경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3연임 확정 후 시 주석은 서방이 중국 봉쇄 연대를 강화하지 않도록 미국, 호주, 유럽 등과 긴장완화를 시도해왔다.

스탠퍼드대 프리먼 스폴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 오리아나 스카일라 매스트로는 NYT에 “중국이 이를 지나치게 크게 문제 삼는다면 전략적으로 매우 나쁜 행보가 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화를 낼수록 경로를 이탈한 기상관측 기구라는 해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찰 풍선 격추 이후 중국 당국이 내놓은 항의 성명에 사태 악화를 피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프스트라대의 법학 교수이자 국제법 관련 중국 전문가인 줄리언 쿠는 중국 외교부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표현 대신 “국제 관행 위반”이라고 표현한 데 주목하면서 “중국 외교부는 법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쿠 교수는 이어 “중국은 미국이 정찰 풍선이나 드론을 중국에 보낼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 너무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나중에 법적 다툼을 벌일 때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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