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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튀르키예 규모 7.8 새벽 강진에 1900명 이상 사망···폭설·강풍 악천후로 구조 작업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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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다나에서 구조대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안에 갇힌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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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에 6일 새벽(현지시간) 7.8 규모 강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두 나라의 사망자는 최소 1900명을 넘어섰으며, 구조작업이 계속되면서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을 휩쓸고 있는 폭우·폭설·강풍 등 악천후 탓에 한시가 급한 구조작업이 더뎌지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7분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 서북서쪽으로 37㎞ 지역에서 7.8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7.20도, 동경 36.99도이며 지진 발생 깊이는 약 24㎞이다. USGS에 따르면, 첫번째 지진 발생 15분 후 6.7 규모의 여진이 이어졌고, 이어 이날 오후 1시24분에는 가지안테프 진앙지에서 약 128㎞ 떨어진 카라만마라슈 부근에서 7.5 규모의 두 번째 지진이 발생했다. 앞서 튀르키예 당국은 첫 번째 강진 이후 70여차례 이상 여진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지진은 인근 레바논과 시리아, 사이프러스 등에서도 감지될 만큼 위력이 컸다. 지진 활성화 지대에 놓여 있는 튀르키예에서도 이번 강진은 1939년 이래 최대 규모 지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지 TV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진이 발생한 후 와르르 무너져 내린 아파트 건물 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USGS는 “이 지역 대부분 건물은 지진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물”이라며 “대다수의 건물이 벽돌조적 구조물과 지진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저층 비연성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전했다.

지진 피해 규모, 계속 빠르게 불어나는 중


지진 피해 사망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40분(현지시간) 기준 사망자 수는 1904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만 1121명이 사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아직도 사상자가 늘고 있다.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겨울철 추운 날씨에다 야간에 발생한 지진으로 상황이 매우 어렵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 아직 피해 상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 당국은 가지안테프주에 위치한 누르다이와 이슬라히예 등 아직 접근은커녕 연락조차 닿지 않는 마을들이 있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인해 교통망과 통신망이 두절된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보건부는 현재까지 사망자를 403명, 부상자를 1284명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반군 지역에서 최소 380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다쳤다고 현지 상황을 알렸다. 양측의 집계를 합하면 시리아 내 사망자는 최소 783명에 달한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 서북부에 피해가 집중됐으며, 최소 58개 마을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구조대 측은 현재 건물 잔해에 깔린 피해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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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터키 디야르바키르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현장에서 사람들이 피해자를 구하려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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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는 지진이 새벽에 강타한 탓에 칠흑같이 어두운 밤 임시로 설치한 조명에 의지해 철근과 벽돌 사이를 뒤지며 구조 작업에 나섰다. 이들은 매몰된 이들의 인기척이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숨소리를 죽인 채 긴장한 모습이었다.

술레이만 소을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대해선 붕괴 위험이 있으나 손상된 건물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가지안테프 주민 에르뎀은 로이터통신에 “주민들은 (여진을 우려해) 지금 차 안에 있거나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열린 공간으로 이동했다”며 “아마 지금 가지안테프에서 집 안에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악천후로 구조작업 난항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폭우와 추위로 구조작업은 더뎌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지진 피해지역인) 동부 쪽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모두 악천후로 인해 운행이 취소됐다”면서 “이 때문에 피해 지역 접근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리아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도 트위터를 통해 “강추위와 폭풍이 몰아치는 좋지 않은 기상 조건이 비참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지역은 원래도 의료 시설이 극도로 부족한 상태여서 이번 사태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신들은 이미 오랜 내전 영향으로 내부 손상이 심한 건물들이 지진 충격에 쉽게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병원 응급실은 환자들로 가득찼고, 환자 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튀르키예 적신월사 (적십자에 대응하는 이슬람권 구호기구) 케렘 키닉 대표는 “우려하던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심각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며 헌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시민들에게 차를 이용해 부상자를 병원으로 후송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리아 이들리브의 아즈마린 마을 아파트에서 아내와 네 명의 아이들과 겨우 살아나온 오사마 압둘 하미드는 AP통신에 “4층 아파트 중 3개층에서 아무도 살아나오지 못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가족들이 부상을 당해 이들리브 다쿠시의 한 병원을 찾은 압델 하미드는 “자다가 강력한 흔들림을 느끼고 가족들과 집에서 뛰쳐나왔지만 건물 밖으로 나오기 직전 건물 잔해가 우리를 덮쳤다”며 “다행히 나무 문이 잔해가 모두 붕괴되는 것을 막아줘서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 피해 규모가 10억달러(1조259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리라화 폭락 등으로 경제적 불안정에 휩싸였던 튀르키예와 오랜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리아가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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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아자즈에서 구조대원이 건물 잔해에서 부상당한 아이를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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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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