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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서대전역 KTX 줄어 불편한데 SRT는 아예 안 선다고?" 주민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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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전라·동해선 올 하반기 SRT 투입 대통령 보고
일반선인 서대전역 운행 시간 지연 등 이유로 제외
주민·상인들 "교통 편의 무시...상권 불이익" 성토
민주 "패싱 악몽 재현"...국힘"대안 없는 책임 회피"
한국일보

서대전역 앞 대로변에 ''SRT 서대전역 무정차'를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부터 비고속전용선인 전라.경전.동해선에 SRT 투입하되, 서대전역은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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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고속철도)가 줄면서 손님이 많이 줄어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닌데, SRT(수서발 고속철도)는 아예 서지 않는다니...정말 화가 치민다."

지난 4일 오전 서대전역 앞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안 그래도 KTX가 적어 불편하다는 손님이 한 둘이 아니다. 왜 서대전은 자꾸 무시를 당하는 거냐"며 이렇게 말했다.

서대전역이 KTX 운행 횟수가 대폭 감축된데 이어 SRT 운행계획에서도 배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SRT 확대 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 고속 전용선인 전라·경전·동해선에는 투입키로 한 반면, 서대전역에는 아예 운행계획을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객과 수송량을 보더라도 SRT 운행 계획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워 ‘서대전역 패싱’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토부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비 고속 전용선으로 그동안 KTX만 운행해 오던 경전·전라·동해선에 올 하반기부터 SRT까지 운행키로 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번 계획에는 같은 일반선인 서대전역의 SRT 운행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KTX 운행이 대폭 줄어 대전과 호남지역 간 고속철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도 모자라 SRT가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것은 지역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때 하루 최소 62편이던 서대전역 KTX 정차 횟수는 현재 상·하행 각각 13편으로 크게 감축됐다. 목포와 여수, 익산 각각 3편, 전주와 서대전 착발 2편 등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서대전역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의 ‘2021 철도통계연보’를 보면 서대전역의 수송실적은 261만여명으로, 오송역(740만여명), 광주송정역(589만여명), 익산역(492만여명)에 이어 호남선 철도역 중 4번째로 많다. KTX 정차가 크게 줄고, SRT는 아예 정차하지 않는데도 여전히 호남선 이용객수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일보

서대전역 출구 앞에 택시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정부가 SRT 운행지역을 확대하면서 서대전역이 배재된 사실이 알려지자 서대전역을 주로 이용하는 시민은 물론, 택시기사와 주변 상인들이 지역을 무시한 처사라고 성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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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전역 인근에 사는 노모(45·여)씨는 “대전역까지 가서 SRT를 이용하다 보면 주말에 서울을 갈 때 노선 대부분이 매진돼 표를 구하기 어렵다”며 “안 그대로 KTX가 많이 줄어서 불편한데 SRT는 아예 다니지 않는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와 상인들도 정부의 서대전역 SRT 무정차 방침에 대해 '가뜩이나 위축된 주변 상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서대전역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A씨는 “서대전역에 KTX가 많이 다닐(정차할) 때만 해도 흥이 났고, 벌이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수입이 그때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며 “KTX를 더 늘리든, SRT가 다니든 둘 중 하나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대전역 인근 한 카페 관계자도 “KTX가 왜 이렇게 적냐, SRT는 왜 안 서냐고 묻거나 불만을 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며 “카페는 서대전역 이용객들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SRT가 서대전역에 정차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SRT 서대전역 운행 배제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서대전역 패싱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며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받았던 KTX 서대전역 패싱과 SRT 서대전역 배제는 닮은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대안 없이 서대전역 문제를 패싱 운운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며 “서대전역 경유 반대 이유가 일반선을 지나며 발생하는 시간 지연 문제로, 직선화 완공 전에 수도권과 서울~서대전역, 수서~서대전역을 오가는 노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정책적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지난달 신년 브리핑에서 "이번 문제는 기존 노선을 조정하는 것이지 완전히 소외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국민의힘과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 시장은 다만 "대전과 멀어지면 결국 호남이 손해다"라며 "호남에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호남권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대전역에서 익산 구간까지 일반선 곡선이 심해 운행 시간이 40분~1시간 정도 차이가 나 SRT 정차역에서 제외한 것"이라며 "향후 직선화가 이뤄지면 얼마든지 서대전역에 SRT가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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