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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통령의 선택적 당무 개입…‘답정윤’ 전대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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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한달 당비 300만원 납부…당원으로서 할 말 없을까” 반박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서 축사를 하고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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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전대) 개입 논란이 확산일로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후보를 ‘적’에 비유한 데 이어 6일엔 여당 지도부가 안 후보에게 공개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경선과 무관한 팩트(사실)의 문제”라고 했지만 선택적·편의적 당무 언급으로 개입 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답정윤’(답은 ‘윤심’ 후보로 정해져있다)식 압박에 따른 여권 파열음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무개입 논란을 두고 “(안 후보가 말한) 그런 연대가 없다는 사실은 말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선거가 진행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한 것일 뿐 당무개입은 아니라는 취지다. 전날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안 후보의 ‘안윤연대’(안철수-윤석열 연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발언에 대한 엄중 경고를 요청한 지 하루 만에 재차 안 후보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 핵심 관계자는 “당원은 당무와 관련해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한 달에 (국민의힘에) 300만원 당비를 낸다. 당원으로서 대통령은 할 말이 없을까”라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도 당원인 만큼 전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과 일반 당원의 의견 개진이 정치적 의미와 영향력에서 차이가 있다. 그간 한국 정당 정치는 정당의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당정을 분리하고, 현직 대통령의 당무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왔다.

윤 대통령 본인도 지난 해 이준석 전 당대표 징계건을 두고 당 내홍이 극에 달할 때는 “대통령이 당무에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다른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에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당무와 거리를 두겠다는 원칙이 유불리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르게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의 안 후보 비판은 시기와 내용, 방식에서 과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비윤’ 후보로 알려진 당권 주자가 앞서갈 때, 대통령실과 여당 측근을 동원해 그를 비판하고 속전속결 총력전으로 구도를 바꾸는 행태가 거듭 노출됐다.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이번에는 안 후보가 선두로 등장하자 그의 윤안연대와 윤핵관 발언을 문제삼으며 “적”이라고 공격했다. 이전에는 문제삼지 않던 발언을 새삼 걸고넘어진 것은 친윤이 아닌 안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대에 대통령을 끌어온다는 비판도 ‘비윤’ 후보에게만 작용한다는 점도 문제다. 문제의 윤핵관이란 말은 친윤 의원들이 먼저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여권 주류가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기현 후보와 관저에서 비공개 만찬을 했다. 친윤계 의원이 공개적으로 ‘윤심은 100% 김 후보에게 있다’고 발언했을 때도 대통령실은 이에 반박하거나 당 지도부를 통해 경고하지 않았다. 정 위원장이 안 후보와 비윤계를 겨냥해 내놓은 경고 메시지에도 친윤계를 향한 자제나 경고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안 후보가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였다고 했지만 실상은 윤 대통령 스스로 전대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 측이 “김기현 후보도 ‘윤 대통령과 일체다’고 말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들이 윤핵관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국민들에 비판을 받으니까 그것이 멸칭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친윤계 의원들을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대통령실)에서 이렇게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정말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공무원의 중립의무와 당내경선운동 금지 등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에 적용돼 전대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심의 향방과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집권여당 차기 지도부 선출 과정은 ‘윤심의 성패’를 가르는 대회로 쪼그라들었다. 정 위원장이 안 후보의 윤핵관 발언을 “대통령에게 침 튀기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공격하는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통령실 2중대처럼 움직이고 있다. 친윤계의 공세와 비윤계 반박이 고조되며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전대까지 여당 분열상은 극심해질 거란 전망이 많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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