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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찰풍선’ 레이더에 포착 안돼… “中, 10년간 20~30개 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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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찰 풍선’ 파문 확산

비행고도 이상 날 수 있어 정찰유용

콜롬비아서도 “유사 물체 영공 통과

출발지 조사 중… 위협점은 없어”

日선 2~3년 전 목격 신고 접수돼

美 공화 “바이든 늑장 대응” 맹공

당국, 함정 투입 잔해 확보 총력

中, 기상국장 해임… 표류 입장 고수

미국의 중국 정찰풍선 격추 사건으로 미·중 관계에 다시 격랑이 이는 가운데 중국이 지난 10년간 20∼30개의 정찰풍선을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군사위성 시대에도 열기구만이 가진 장점이 있기 때문에 종종 활용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 20∼30개의 풍선을 (정찰) 임무에 투입했다”며 “이 가운데 5개는 전 세계를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통과한 풍선을 포함해 현재 명백히 활동 중인 2개의 다른 풍선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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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해안에서 약간 떨어진 대서양 위를 날아가고 있다. 이날 풍선이 미군의 F-22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뒤 미·중 관계에 격랑이 일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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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공군은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풍선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물체가 자국 상공 17㎞ 고도에서 평균 시속 46㎞로 날아가는 것을 발견해 자국 공역을 빠져나갈 때까지 감시했다면서 출발지를 규명하기 위해 다른 나라 및 기관들과 협조해 조사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콜롬비아 측은 다만 해당 물체가 “국가 안보나 항공 보안에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본에서도 2020년 6월 미야기현과 후쿠시마현, 2021년 9월 아오모리현에서 풍선과 비슷한 흰색 구체가 목격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자키 요시히코(磯崎仁彦) 일본 관방 부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상세한 것은 이후 미국 사안과의 관련성 등을 포함해 분석을 해갈 것”이라며 “경계감시를 계속해 대응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찰풍선이 위성이나 드론과는 다른 유용성이 있다고 말한다. 제임스 로저스 서던덴마크대 교수는 WP에 “(풍선은)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것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지표면에서 더 가까운 곳에서 작동해 더 나은 품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클라크 킹스칼리지런던 객원교수는 “풍선은 항공기 대부분의 비행 고도 이상으로 날 수 있으며, 속도가 느린 까닭에 레이더에 늘 포착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첨단 센서가 장착된 풍선은 특정 장소 위를 (위성보다) 오래 맴돌며 우주에서는 포착할 수 없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어서 (1950년대 냉전 시기 이후) 최근 다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에 격추된 풍선은 미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 말름스트롬 공군기지 상공에 머무르려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늑장 대응을 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이날 ABC방송에 나와 “카메라 앞에서 이번 일을 초기에 설명할 수 있었는데도 왜 그렇게 안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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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감시 기구는 트럼프 행정부 때에도 세 차례 미국 영토에 들어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불똥이 자신에게 튀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은 트럼프를 너무 존경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벌일 수 없다”며 “가짜 허위정보”라고 부인했다.

미 당국이 지난달 28일 알래스카 상공에서 풍선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이후 4일 격추하기까지 일주일이 소요된 데 대해서는 CNN방송이 “바이든 대통령은 1월31일 처음 보고를 받은 후 군에 ‘군사적 선택지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고, 다음날 선택지가 올라오자 ‘즉시 격추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버스 3대 크기 풍선을 격추했을 때 낙하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된다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미군은 풍선을 물 위에서 격추해야 육지로 떨어졌을 때보다 잔해 수거 및 복구, 조사가 용이하다고 판단하고 풍선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가 상공에 도달했을 때 F-22 랩터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사일을 발사했다.

WP는 “1998년 기상 관측 풍선이 여객기 운항을 방해하자 미국, 영국, 캐나다 전투기가 출격했으나 격추에 실패했다”며 “풍선 격추 자체도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미군은 거대한 그물이나 갈고리를 이용해 지상으로 끌고 오는 방안도 논의했으나, 풍선이 워낙 커 미사일 격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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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모습. 미국 해군연구소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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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당국은 이제 해군 함정과 잠수부를 투입해 잔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당 해역은 수심이 약 15m 정도로 깊지 않아 전문 심해 장비를 쓰지 않고도 수색이 가능하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격추)작전 수행을 기다리면서 풍선에 탑재된 장비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할 수 있었다”며 “잔해 수거에 성공한다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은 풍선 문제가 불거진 후인 지난 3일 당일 좡궈타이(莊國泰) 중국기상국 국장을 해임한 것으로 6일 드러났다. 해당 풍선이 정찰용이 아닌 ‘기상관측용’이고 미국 영공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표류’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을 피하기 위해 즉각적인 인사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중남미 상공에서 발견된 풍선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날아간 무인 비행선으로 민간용 성격이며, 비행 테스트에 사용되는 것”이라며 “기후 영향 등으로 잘못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중국은 민간용 장비의 항로 이탈이라는 주장을 이어가며 미국에 불만과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셰펑(謝鋒)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5일 주중 미국대사관 책임자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6일 밝혔다. ‘엄정 교섭 제기’는 대사 초치(招致) 등 외교 경로를 통한 공식 항의를 의미한다.

유태영 기자, 베이징·도쿄=이귀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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